얼굴없는 가수 여진 16년만에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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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여류 싱어송라이터의 원조」 여진이 16년만에 가요활동을 재개한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여진은 최근 노영심이 다시 불러 히트한 『그리움만 쌓이네』의 원 작곡가겸 가수.다음달초 소극장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새음반 발표등 노래와 작곡활동을 재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여진은 서울대음대 성악과 재학시절인 79년 데뷔앨범 『여진의노래모음』을 내놓고 홀연히 사라졌었다.「나는 그대 모습을 꿈속으로 보았네」로 시작되는 발라드 『꿈을 꾼 후에』는 아직도 FM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곡.
무명의 여대생이 자작곡 10곡을 모아 발표했던 이 음반은 한국가요사에서 기념비적인 자리를 차지한다.이 음반으로 여진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던 심수봉과 함께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로평가받고 있다.
음반의 전곡을 혼자 작사.작곡하고 직접 부르는 여자가수는 음반시장이 급격히 팽창한 지금도 손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리메이크곡 『그리움만 쌓이네』가 인기를 모으자 발빠른 음반업자들은 잊혀진 여진을 다시 부각시켰다.8월 1집이 재발매된데 이어 87년의 2집앨범도 24일 다시 시중에 등장했다.당시 개인적 사정으로 소량의 초판만 발매된채 사장된 이 앨범은 1집 대표곡 3곡과 「신곡 아닌 신곡」 8곡등 모두 11곡을 담고 있다.가곡을 연상케 하는 발라드 『지금 이 자리에』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성악전공자답게 탁트인 창법과 풍부한 성량이 돋보인다. 지난해초 음악교사직을 그만두고 활동재개를 준비해 온 여진은 내년초께 3집을 발표할 예정이다.그동안 작곡해 둔 곡들을 한층 원숙해진 목소리에 담는다.『후배의 리메이크 인기에 편승한다는 인상을 줄까봐 오히려 「그리움만 쌓이네」의 인기 가 가라앉기를 기다려왔다』는게 주변의 귀띔.
그녀는 후배가수들에게 곡을 써주는 창작자로 일하면서 소극장 무대등에서 직접 노래를 부를 계획이지만 방송출연은 거부,여전히「얼굴없는 가수」로 남게 된다.
다음달 4일 서울 대학로 학전극장에서 열리는 권진원의 콘서트에서 22세 여대생에서 38세로 중년길에 접어든 여진의 모습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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