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한류’로 틈새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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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IPTV가 한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선보이고 있다. 한국계 벤처기업인 PNTV는 최근 로스앤젤레스(LA) 등 교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스데이타도 하반기에 미국 IPTV 시장에 뛰어든다. 미국은 220여만 명(70여만 가구)의 교민이 한국의 콘텐트에 친숙한 데다, 국내 지상파 TV들이 ‘미국은 다른 시장’이라는 점을 들어 콘텐트를 IPTV에 제공하는 데 인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LA 인근 부에나파크 오렌지스롭가(街) 센터파크프라자 2층에 자리 잡은 PNTV에 들렀다. 이 회사는 3월 10일부터 LA·샌프란시스코·시애틀 등 미국 서부 주요 도시에서 IPTV를 서비스하고 있다. 회의실에 자리 잡은 쇼룸에서는 최신 한국 콘텐트들을 대형 TV 화면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직원들이 문의전화를 받고 있었다. 김판건 PNTV 사장은 “연내에 뉴욕·워싱턴 등 동부 지역 주요 도시에도 IPTV를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길게 봐 한류 콘텐트가 먹히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등 아시아계 미국인 2000여만 명에게도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PNTV의 사업모델은 이렇다. MBC뉴스 등 지상파 프로그램은 회사 서버에서 보내 주고, 영화 등 주문형비디오(VOD)는 가까운 위치에 있는 다른 가입자의 저장장치에서 꺼내오는 ‘P2P 데이터 교류’ 기술을 활용했다. 지상파TV나 VOD의 콘텐트를 서버에서 가정까지 일일이 쏘던 기존 방식과 달라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고 동영상이 끊김 없이 구현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KAIST 석사 출신으로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한국 벤처업체 아이큐브 미국지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그는 “이번 서비스는 소프트뱅크의 기술 지원을 받았다. 한류 콘텐트에 아이큐브의 기술을 얹혀 미국 IPTV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포스데이타는 이르면 상반기에 LA에서 셀런·아카넷TV 등과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한 뒤 9월부터 IPTV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고태호 미국법인장은 “한인 교포와 중국·일본 등 아시아계 주민을 상대로 드라마·영화·오락 등 기본 프로그램은 물론 인터넷전화·쇼핑몰·노래방 같은 부가 콘텐트를 서비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IPTV가 ‘할리우드 콘텐트’라는 강력한 무기로 전 세계를 호령한다면, 이들 회사는 역발상으로 ‘한류 콘텐트’로 아시아계 미국인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별취재팀=이원호(미국)·이나리(유럽)·김창우(아시아) 기자, 최형규 홍콩 특파원, 김동호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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