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운동 방향 바뀐다-美노총 신임위원장 선출대회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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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00년 역사의 미 노조운동에 있어 새 장을 열 미노총(AFL-CIO) 신임위원장 선출 대회의 막이 올랐다.
1,300여만명의 미국 노조원들을 대표하는 78개 산별노조의위원장및 1,000여명의 대의원등 노조대표들은 23일 뉴욕에 모여 레인 커클란드 전위원장의 뒤를 이을 새 지도부 선출과 앞으로의 노동운동 방향을 정하는 대회를 시작했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16년간 미노동계를 지배해왔던 「노동황제」커클란드의 후임자 결정.지난 6월 노동계의 개혁을 요구하며 커클란드 전위원장의 조기 사퇴를 이끌어냈던 개혁파 존 스위니(61)서비스노조위원장과 커클란드의 「장학생」 이었던 토머스 도나휴(67)현 노총 사무총장이 후임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있다. 개혁과 수구의 대결로 표현되는 이번 선거에서 현재 우세를 보이는 쪽은 스위니 위원장.전체 대의원 가운데 55%정도의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 위원장 선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장차 미노조가 어떠한 노선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정하는 문제.1886년 미국노동자 연맹(AFL)이라는 이름으로 본격화됐던 미국의 노조는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세력 이었다.그러나 80년대 이후 자동화와 국제화등 새로운 기업 문화가 등장하면서 노조의 위세는 갈수록 줄어들었다.노조원수도 45년 전체 근로자의 35.5%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현재는 1,330만명으로 전체의 15.5%에 불과하다 .특히 정치적 영향력은지난해 공화당의 득세와 함께 더욱 쇠퇴,이제 미노조가 운명의 갈림길에 처해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된 상태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두 후보는 각기 노조의 개혁과 변신을 약속하고 있다.스위니 후보는 백인 「노동귀족」들의 집합체로불리는 35명 정원의 노총 최고의결기구 집행위원회에 여성과 소수계 참여를 대폭 확대시키는 것과 함께 선거에 있어 노총의 참여를 배가시키는등 노조복원운동을 다짐하고 있다.도나휴 후보도 노조원 증대운동과 노조내 관료주의적 타성을 씻어내는데 주력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우세를 보이고 있는 스위니 후보는 함께 노총을 이끌 러닝메이트로 40대의 광원 출신인 리처드 트룸카 광산노조위원장을지명하는등 파격적인 접근으로 노조내 개혁성향 세력을 규합하고 있어 이번 대회를 계기로 현실 안주와 침체에 머 물러있던 미노조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워싱턴=김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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