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YS 정치자금 왜 거론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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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가 21일 폭탄선언을 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92년 대통령 선거 때 최소한 1조원이 넘는선거자금을 썼다』고 주장했다.더군다나 이 돈을 모은 것은 당시노태우(盧泰愚)대통령의 자금 담당이었던 이원조 (李源祚)전의원과 이용만(李龍萬)전재무장관이라는 것이다.결국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6공 비자금은 김대통령과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다.따라서 김총재의 이 발언은 전직대통령 비자금 파문 이상으로 폭발력을 갖고 정치권에 일파만파(一波萬波 )의 파문을 몰고올 것으로보인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발언장소와 시점이다.정치권이 온통 비자금 회오리에 휩싸인 가운데 그것도 광주방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했기 때문이다.김총재는 그동안 간혹 이같은 내용의 발언을 측근들에게는 해왔다.그러나 이처럼 「작심」하고 공 개적으로 하기는 처음이다.때문에 김대통령을 향한 의도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22일 다시 『당시 각 지구당에 수십억원의 자금이 지급된 구체적인 사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안의 성격상 당장 진위(眞僞) 여부가 밝혀지기는 어렵다.현정부와 민자당은 발끈해 반발했지만 의혹을 벗을 방법이 없다.전직 대통령 비자금설이 잇따라 터지면서 국민들은 어떤 형태로건 그 실체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그러나 현정부가 그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그러니 국민들로서는 현정부의 결백선언이 제대로 먹힐리 없다.결국 일정부분은 현정부를 과거 정권과 한묶음으로 보는 여론을 형성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설령 김대통령이 이에 반발해 정공법으로 나오더라도 국민회의에는 유리하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과거 정권 세력과 현정부를 떼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과거정권의 반발이 현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이번 발언은 국민회의에 대한 사정 중단 압력이기도 하다.현정권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국민회의 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사정이 「표적사정」임을 뚜렷하게 부각시켜 뒤집기를 시도하자는 것이다.
더군다나 300억원이 이현우 전 경호실장의 돈임이 밝혀져 전직대통령 비자금문제는 정치권의 태풍의 눈이 돼 버렸다.따라서 김총재의 발언으로 정국은 대결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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