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뜨겁게, 통일 차갑게”마잉주 ‘兩岸구상’ 먹힐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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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14면

대만에서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마잉주(馬英九) 총통 당선인이 20일 취임한다. 마잉주 시대를 앞두고 타이베이의 주가와 부동산 값은 들썩이고 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협력이 확대돼 경제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중국의 선심성 지원을 받은 홍콩·마카오는 4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마잉주 당선인과 국민당은 양안 경협에 적극적인 자세다. 샤오완창(蕭萬長) 부총통 당선인은 지난달 12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안 직항 ▶중국인의 대만 관광 ▶경제·무역 정상화 등을 조속히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마 당선인은 최근 “중국 대륙의 학력을 인정하고 대륙 학생들에게 대만 대학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만 기업들의 대륙 투자 제한도 크게 완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마 당선인은 15일 대중 정책의 또 다른 구상을 드러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중국 대륙의 독재 통치에 반대하기 때문에 양안 통일은 우리들이 살아 있을 때 발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천수이볜 총통의 ‘대만 독립론’에도 반대하지만, 중국 지도부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제도)’와 ‘양안 통일론’에도 동조하지 않을 뜻을 밝힌 것이다.

대만은 요즘 쓰촨성 대지진 피해 복구를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연합보는 16일 현재 24억 대만달러(약 810억원)의 민간 성금을 모았고 구조요원 20명이 급파됐다고 보도했다. 천수이볜 시대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이다. 중국은 천 총통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며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마 당선인의 정경(政經) 분리와 현상 유지론에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중국은 그동안 대만이 국가 자격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을 저지했다. 유엔은 물론 국제보건기구(WHO) 가입까지 반대했다. 대만의 수교국은 현재 23개국에 불과하다. 마 당선인이 미국·일본 방문 의사를 밝혔다가 최근 철회한 것도 척박한 외교 현실을 웅변해준다. 그는 “내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겠다”고 공약해 왔다. 미·일과의 관계 개선 의지도 숨기지 않는다. 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면서 가부(可否)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마 당선인과 후진타오 주석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주
12일 중국 쓰촨성에서 강진(규모 7.9) 발생
14일 존 에드워즈 전 민주당 상원의원, 오바마 지지 선언
15일 CNN, ‘중국 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문 전달

▶이번주
20일 마잉주 대만 총통 취임식
22일 메드베데프, 카자흐스탄·중국 방문(24일까지)
24일 선진8개국(G8) 환경장관회의(일본 고베,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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