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수도권 vs 영남권’ 파워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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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도부 구성을 앞둔 한나라당에서 지역 간 주도권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당장 22일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를 놓고 수도권과 영남권 당선인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그 때문에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7월 전당대회에서 인물 대결뿐 아니라 지역 간 대결 구도가 승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내 지역 간 신경전은 18대 총선의 산물이다.

당이 획득한 153석 중 82석이 서울·인천·경기에서 나오자 이 지역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영남당’이라는 고정관념을 이참에 깨뜨려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남권 중진의원 등 당 주류가 중심이 돼 제안한 ‘박희태(경남) 당 대표-홍준표(서울) 원내대표 카드’가 사실로 굳어지는 듯하자 수도권 소장파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과반이 수도권 출신인 당에서 대표를 영남 출신인 원외 인사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남해-하동이 지역구인 5선이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히 수도권 소장파들은 ‘수도권 출신 당 대표’로 안상수(경기 의왕-과천) 현 원내대표를 지지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당초 그는 “18대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타천으로 차기 당권 주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당 대표를 둘러싸고 고개를 든 영남권 대 수도권의 주도권 다툼은 원내대표 경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그동안 원내대표 레이스에서 경쟁자인 정의화(부산) 의원보다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당 대표’를 주장하고 있는 수도권 소장파 인사들은 대신 원내대표를 영남권에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래서 차분하게 치러지는 듯했던 원내대표 경선은 닷새를 남겨놓고 달아오르고 있다.

여권 내에선 수도권과 영남권으로 나뉜 신경전의 배경에 권력 투쟁이 깔려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지리산에 머물다 귀경한 이재오 의원이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 카드’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수도권 소장파 vs 영남권 중진’의 갈등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거다. 이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 중엔 수도권 소장파가 많다. 때마침 이 의원이 지난 13일 안상수·정의화 의원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사실이 전해지며 이런 소문은 확산되고 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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