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1로 시작되는 주민번호 나오면 내‘성 정체성’은 안식을 얻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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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큐멘터리 북 3xFtM세 성전환 남성의 이야기
연분홍치마 기획, 김성희·조혜영·루인 정리
그린비, 208쪽, 1만2000원.

#어렸을 때부터 모기는 꼭 손으로 잡아야했던 ‘천생 남자’ 고종우씨. 그러나 레즈비언도 아닌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서른살까지도 혼란 속에 살았다. 이제 온전한 남자가 되고 싶어 스스로에게 남아있는 여성의 흔적을 다 지우려한다. 가슴·자궁절제 수술을 위해 배달일을 하며 돈을 모으는 중이다. 벼락을 맞고라도 ‘생리’라는 단어는 잊어버렸으면 하고, 남성성기보형물은 잘 때도 빼지 않을 정도로 남성육체에 애착을 보인다.

#트랜스젠더 인권활동가로 살아가는 한무지씨는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보다 고민하게 된다.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남자가 돼야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의문을 품는 것. 그러나 외부의 시선은 무시하기 힘들다. 목소리를 굵게하고 골격을 키워주는 남성호르몬 주사가 그래서 필요하다. 성기 수술은 생각이 없지만 호적변경은 하겠단다. 트랜스젠더로 이해받기 힘든 현실의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호적상 성별변경을 마친 김명진씨는 이제 법적으로도 남자다. 남성성에 대한 동경이라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이기 때문에, 입고 싶은 옷이 남자 옷이니까 남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민등록번호 1번으로 살아가게 됐지만, 아직도 자신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것 같다. 출신학교를 ‘여고’ 로 기록하지 않았다하여 직장에서 ‘경력 위조’로 고소 당하고, 징병검사를 받기 위해 바지를 내리는 현실에 또다시 상처 받는다. 눈치챘겠지만 FtM은 ‘Female to Male’의 약자다. 즉, 여자에서 남자로 성(性)을 바꾼 이들이다. 이 책은 그런 세 명의 솔직하고 용기있는 고백담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1년 꼬박 진행됐던 인터뷰를 옮겼다. 영상의 컷과 컷 사이에 숨어있던 내용들을 오롯이 살려냈다. 트랜스젠더들이 첫 성 정체성을 알게된 계기, 성전환 수술의 과정, 주민번호 1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등이 담담하게 실렸다.

가슴절제 수술을 받고 피가 차는 고통, 군대·축구 같은 남성 문화를 ‘공부’해야 하는 괴로움, 남자의 외모로 주민번호가 왜 2번인지 매번 설명해야하는 곤란함까지. 성전환자의 인생은 매사 숨이 턱턱 차온다. 그래도 ‘성전환’만이 살아갈 수 있는 필수조건이기에 이들은 현실을 견디고 사람들과 부대낀다. 읽다보니 이들의 ‘커밍 아웃’ 뒤엔 물음표가 숨어 있다. 왜 세상은 남자와 여자만이 있냐고, 남자와 여자를 가르는 기준이 도대체 뭐냐는 것이다. 이젠 우리가 그 질문에 답할 때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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