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책읽기] 개혁·개방 … 중국 역사 물줄기 바꾼 1978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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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回首 1978 (1978년 회고)
퉁칭린 편저,베이징(2008년)
418쪽,48위안

2008년은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시작된 지 30주년 되는 해이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중국에서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창한 개혁·개방을 재조명하는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중국의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들도 연초부터 개혁·개방 30주년을 기리는 다양한 특집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런 분위기를 거들고 있다. 8월에 열리는 베이징(北京) 올림픽이 30년간 추진해온 개혁·개방의 성과를 집대성해 전세계인들에 자랑할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명 인민출판사가 펴낸 『1978년 회고(원제:回首 1978)』는 이런 분위기를 타고 나온 책이다. 이 책에 ‘역사의 흐름이 여기서부터 바뀌었다’는 의미심장한 부제가 붙었을 정도로 1978년은 현대 중국사에서 엄청난 함의를 갖는 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대표해온 신중국 혁명의 시대가 이 시점을 기준으로 저물었다. 동시에 78년은 덩샤오핑을 기수로 한 개혁의 시대가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중국 현대사의 두 거물인 마오와 덩이 바통을 주고받은 분기점인 것이다.

『1978년 회고』는 중국사회가 1978년이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 경위를 세밀화 그려주듯이 묘사했다.그러나 이 책은 78년 한 해를 회고하는 선에 머물지 않았다. 78년이 도래하게 된 과정을 76년부터 3년간 숨가프게 그려낸다.

책은 78년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 2년전인 76년 4월부터 매듭을 풀기 시작한다. 저우언라이(周恩來)총리의 서거로 야기된 4·5 천안문(天安門)사건의 평가 논쟁을 이야기의 기점으로 삼았다. 76년 1월8일 병사한 저우언라이 총리를 애도하기 위해 몰려든 민중 시위의 성격을 놓고 4인방과 개혁파가 맞붙은 사건이 78년을 배태한 출발점이라고 의미부여를 한 것이다.

장칭(江靑)·장춘차오(姜春橋)·왕훙원(王洪文)·야오원위안(姚文元) 등 4인방은 민중들의 자발적인 저우언라이 총리 추도 행사를 “반혁명정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책에서는 4인방들이 인민일보에 외압을 행사해 천안문 시위대를 비난하는 사설을 쓰도록 강요한 사례 등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4인방의 여론 왜곡 시도는 부메랑으로 4인방의 몰락을 촉진시켰으니 사필귀정이라고 할까. 4인방에 의해 연금 상태에 처해있던 덩샤오핑이 리셴녠(李先念)과 예졘잉(葉劍英)의 4인방 축출 소식을 듣고 “보아하니, 나는 만년을 편하게 보낼 수 있겠다”고 말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이 책은 문화대혁명 기간에 중단됐던 대학입시(高考)가 77년에 부활한 것도 78년의 대전환을 맞기 위한 전주곡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입시 부활과 더불어 문예계에 사상해방의 바람이 불 수 있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마오가 남긴 범시론(凡是論)의 굴레에서 모두가 스스로를 옥죄고 있을 때 이를 과감하게 벗어던진 덩샤오핑의 결단과 용기를 묘사한 대목에선 진한 감동을 받게 된다. 덩은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이라는 명언을 만들어낸 78년 5월의 ‘진리 표준 논쟁’을 뒤에서 적극 후원했다.

개혁·개방의 단초를 제공한 농가생산청부제가 당초 안후이(安徽)성 페이시(肥西)현 산난(山南)구에서 처음 시작됐으나 안후이성 펑양(鳳陽)현 샤오강(小崗)촌이 원조로 자리매김한 배경 설명도 흥미를 더한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공식 천명하는 78년 12월18일의 중공 11기 3중전회는 이 책의 피날레를 구성한다. 11기3중전회를 ‘중국의 운명을 바꾼 회의’라고 극찬한 이 책의 평가에 의의를 제기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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