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대표 용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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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가 조순형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6일 출범식을 강행하기로 했으나 수도권.호남지역 원외 공천자와 소장파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 등 수도권 공천자 38명은 25일 낮 ▶趙대표의 백의종군▶추미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일부 호남지역의 재공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선대위 출범식에 불참하고 공천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오홍근.이무영씨 등 전북지역 공천자 7명도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가 탄핵사태 이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설훈.전갑길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도 비공식 접촉을 갖고 지도부 퇴진과 비대위 구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의 대응방안으로 공천권 반납과 탈당 등을 논의했다.

중앙당 당직자 150명도 성명을 내고 "선대위 구성을 중단하고 모든 정파를 초월한 비대위 구성을 촉구한다"면서 "趙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구국의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며 이날 밤부터 당사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趙대표 등 당권파는 심야 긴급회의를 열어 "秋의원이 요구한 일부 지역의 공천 철회와 지도부 사퇴는 민주당의 기본노선과 정체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초 강행할 방침이던 선대위 출범식을 하루 이틀 연기하기로 했다. 趙대표는 이어 秋의원과 시내 모처에서 전격회동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양측은 전했다. 그러나 당 핵심 관계자는 "趙대표의 전격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상현 고문과 한화갑 전 대표는 趙대표와 잇따라 만나 위기 수습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으나 趙대표는 "대표를 사퇴하는 게 바른 해결의 길이 아니며 그런 식으로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고문은 기자들에게 "趙대표가 지도력을 발휘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당의 위기를 수습할 수 있다"며 "趙대표가 결단하고 秋의원이 받아서 비대위를 구성하기를 희망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趙대표가 그대로 있고 한화갑 전 대표가 선대위장을 맡는 방안이 2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중권 전 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秋의원의 개혁공천 주장과 관련, "당이 개혁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이렇게 코너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감히 젊은 친구들에게 맡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秋의원은 이날 오전 구의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났으며 "탈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아무것도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답했다.

한편 박준영 전 청와대 공보.조순용 전 정무 수석 등 호남지역 탈당인사 4명은 이날 오전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민주연대'를 결성,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정민.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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