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노출 금융계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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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96년1월1일 이후 발생소득 대상)이 코앞에 닥친 시점에서 거액 차명계좌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밝혀지면서 금융계는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합의차명계좌가 드러난 것은 거액자금을 예금할 수 있도록 법인명의를 빌려주었던 우일양행의 하범수씨가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후부과될 세금을 낼 능력이 없어지자 합의차명 사실을 관계자들에게밝힌데서 비롯됐다.결국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이 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름을 빌려준 사람과 실질예금주와의 갈등이 현실화된 것이다.
〈관계기사 26.35면〉 ◇금융기관의 고민=H은행의 K지점장은 『은행의 지점장쯤 되면 모두 차명계좌를 알선한 일이 있다고봐도 좋을 것』이라며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계좌에서 문제가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하고 『합의차명 사실이드러날 경우 차명을 알선을 한 사실이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것이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거액 금융자산가들의 고민=차명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있는 사람들은 명의변경의 실시여부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거액자산가들의 돈을 관리해 주고 있는 모 증권사의 한 임원은 『상당수의 거액자산가들은 아직도 차명계좌의 정리문제로 고 민하고 있다』며 『수시로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차명의 실명전환 문제가 실제적인 문제로 구체화할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고민=금융실명제는 금융기관이 거래자의 실명으로만 예금거래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그런데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차명을 알선해 준 경우라면 실명제를 위반한 사항이다.남궁훈(南宮훈)재정경제원 금융.부동산실명제실시 부단장 은 『이번 사건의 실질예금주가 누구고 차명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 졌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실명제 이후에 차명을 알선해 주었다면 이는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남궁부단장은 또 『계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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