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인도 소형차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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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산업부 기자

"소형차가 1000만원 이하라면 충분히 팔 수 있습니다. 언제 딜러를 모집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국산차보다 최고 30%까지 싼 1400㏄급 승용차를 한국에 들여오겠다는 인도 타타모터스 관련 보도(4월 22일자 3면) 이후 자동차 대리점주와 관계자들의 문의 전화가 수십통 걸려왔다. 내수 불황이 이어지면서 국산차만 팔아선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 인도 차도 팔고 싶다는 얘기였다.

타타모터스는 한국 진출을 밝게 보고 있다. 인도 1위 그룹인 타타는 국민의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업종 대부분이 사회 기반시설인 데다 경영진이 솔선수범하고 기술 투자에 게으르지 않기 때문이다. 타타모터스는 전 종업원의 5%인 1800여 명이 연구개발직 엔지니어다. 이 가운데 10 ~ 20%는 미국 등 해외에서 석.박사를 받은 인재다. 노사 협력이 잘 되고, 한국의 절반 수준인 인건비와 저렴한 땅값도 막강한 경쟁 요소다. 그래서 이 회사는 소형차에 웬만한 옵션을 달고도 한국보다 훨씬 싼 500만원 정도에 원가를 맞출 수 있다.

국산 소형차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을 제치고 가격.품질에서 세계 정상급에 올랐다. 선진국 업체들이 한국차에 밀려 소형차 시장에선 힘을 못 쓰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이젠 인도 등 후발 업체들의 추격을 받게 됐다. 5, 6년 뒤엔 중국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아직 중국은 품질 좋은 부품 업체가 드물어 기술력이 떨어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유수 업체들의 부품은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우디가 한 예다.

반면 우리는 인건비와 땅값 등이 계속 올라 이젠 일본 수준에 근접할 정도다. 물론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과 같은 값싼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강요할 순 없다. 그러나 국경 없는 원가 경쟁시대에 임금.땅값이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비싼 차를 많이 만들어 수익성을 높이는 고부가가치화 전략도 가속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타타의 한국 진출은 약이 될 수도 있다.

김태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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