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맞은 듯 주저앉은 원촨 주민들 추위·굶주림과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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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폭격을 맞은 듯 모든 게 주저앉아 있었다.”

14일 중형 보트로 민장(岷江) 강 물길을 따라 지진의 진앙지인 원촨(汶川)현에 들어간 인민해방군은 폐허로 변한 시가지 모습에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

“학교나 아파트·일반 주택 모두 무너져 커다란 잔해더미를 이루고 있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지진 이후 사흘째 물 한 모금 못 마신 주민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피폐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재난지휘본부는 산사태로 도로가 끊겨 육로 접근이 어렵자 이날 두 차례 139명의 구호요원과 군인을 보트에 태워 민장 강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했다. 청두(成都) 북쪽 두장옌(都江堰)에서 출발한 보트는 강 양쪽에서 흘러들어온 토사와 바위 때문에 30㎞도 못 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배에서 내린 군인들은 세 시간을 걸어 원촨현 최대 피해 지역인 잉슈(映秀)진에 들어갔다. 군인들과 동행한 기자들이 위성전화로 전한 원촨의 피해 상황을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언론은 15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원촨현의 잉슈 마을 전체가 평지로 변했다. 마치 방금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 같다. 거의 모든 집이 잔해로 변했다. 일부 아파트는 무너지지 않았지만 금이 크게 가서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잤다고 한다. 다리도 무너져 강 양쪽 마을이 완전히 격리됐다. 강은 산사태로 흘러 들어온 흙 때문에 짙은 황토색이다. 강 양쪽에 주민들이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몸엔 진흙투성이였다. 공터에는 시신들이 꽉 차 있어 발 디딜 틈이 없다. 경찰은 접근을 막고 있지만 멀리서도 시신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전염병이 걱정된다. 지진 당시 이곳에서 어떤 아비규환이 있었는지 상상이 안 될 정도다. 경찰은 시신의 사진을 찍은 뒤 모두 화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주민들은 기자들에게 달려와 ‘먹을 게 없느냐’며 눈치를 살핀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 모두 첫마디가 이렇다. 병원도 무너져 수술 시설은 사용할 수 없고 약도 구할 수 없다. 의사들은 술로 상처 부위를 닦아주는 것 외엔 다른 치료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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