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영의 DVD세상] 씨비스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감독 : 게리 로스
주연 : 토비 맥과이어, 제프 브리지스
화면비 :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2.35:1
사운드 : 돌비 디지털 5.1
자막 : 한국어, 영어, 태국어,중국어, 인도네시아어
제작사 : 브에나비스타
영화 ★★★☆ 화질 ★★★★ 음질 ★★★★

오직 하나인 선두자리를 차지하려고 트랙을 내달리는 경주마들. 기수는 말과 한 몸이라도 된 듯 등에 몸을 바짝 붙이고 결승점을 향해 박차를 가한다. 질주하는 말, 천지를 진동하는 말발굽 소리, 간발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순간 관중들의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다.

순간마다 인생 역전에의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경마장. 이 극적인 한판 승부의 주역 4인방이 있다면 아마도 기수와 말, 마주(馬主), 그리고 조련사가 아닐까? 대공황의 칼바람이 휘몰아치던 1930년대 후반 승승장구 승리를 거두며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경마계의 전설 역시 4인의 프로페셔널이 뭉친 결과였다. 하지만 그들 역시 타고 날 때부터 승자는 아니었다. 그들은 패배자로 만나 함께 승자가 되었고 절망의 늪에서 희망과 기쁨을 일궈냈던 진정한 드림팀이었다.

로라 힐렌브랜드의 논픽션 베스트 셀러 '신대륙의 발견-씨비스킷'을 원작으로 한 영화 '씨비스킷'은 30년대 미국에서 실재했던 전설적인 경주마 씨비스킷과 동료들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혼란스러웠던 대공황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훗날 미국 스포츠 역사에서 최고의 콤비가 될 넷이 마침내 모두 만나는 것은 영화가 40분 이상 흐른 뒤다. 공황 이전 좋았던 시기에 자동차로 거부가 된 찰스 하워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자동차 때문에 하나뿐인 아들을 잃는다. 부유한 집안에서 승마를 즐기며 자란 레드는 공황의 칼바람 속에 몰락한 부모에 의해 경마장에 버려진다. 최고의 서부 사나이였던 톰 스미스는 서부에서 쫓겨나 유랑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하나로 모은 경주마 씨비스킷 역시 최고의 혈통을 타고났지만 왜소한 몸과 불운 덕분에 하급 말 취급이나 받고 있었다. 이렇게 뭉친 이들은 서로의 상처 속에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최고의 드림팀으로 거듭나게 된다.

씨비스킷은 당시 미국인에게는 단순한 경주마의 이름이 아니었다. 파탄 난 경제에 지친 당시 대중이 화려한 뮤지컬에서 삶의 위안을 찾았듯 그들은 절망에서 시작해 승자가 된 씨비스킷과 동료들에게 열광하며 삶의 희망을 찾았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가장 미국적인 성공신화,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이야기다.

큰 반향을 일으켰던 미국과 달리 영화는 국내에서는 크게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심기일전, DVD로 떠나는 두번째 레이스는 어떨까? 2.35:1의 화면비를 지원하는 DVD는 화면 가득 시원하게 펼쳐지는 와이드 스크린과 함께 마치 필름을 보듯 자연스럽고 화사한 색감을 선보인다. 역동적인 경주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개조한 카메라로 트랙 안에 들어가 근접 촬영한 영화는 실감나는 사운드와 함께 보는 이로 하여금 직접 말에 올라타 트랙을 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모은영

*** 요대사

"말도 다 자기 몫이 있는 법이죠. 녀석을 보고 있으면 멋지잖소. 상처를 좀 입었다고 해서 인생을 접어선 안되잖아요" 톰은 상처 입은 말을 왜 돌보냐는 찰스의 물음에 답한다.

*** 조장면

평균보다 작은 말과 평균보다 큰 기수. '꿀리고는 못산다'는 자존심과 세상에 대한 분노로 똘똘 뭉친 두 사고뭉치의 첫 대면. 영화는 화면 양 쪽에서 각각 날뛰는 씨스비킷과 레드를 교차함으로써 둘이 일심동체가 될 운명임을 예고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