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기업의 접대비 지출관리 억제보다 합리화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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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작년 우리나라 100대 대기업들이 부담한 준조세(準租稅)가 약4조원에 달했다고 한다.이것은 한 기업이 평균 4백억원 정도의 기부금과 접대비를 부담했다는 말이 된다.엄청난 액수다.물론경제 규모에 걸맞은 지출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만,준조세의 개념을 우리식으로 이해해 급행료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접대비는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되는 절대적인 지출 항목이다.물론 공정한 접대라는 가정하에.그래서인지정부는 접대비 지출을 면밀히 관리할 수 있는 세법을 마련,과다지출을 억제하고 있다.접대비 한도를 기업의 규 모에 따라 설정,그 범위 내에서 지출할 수 있게 한 것이다.그래서 중소기업의경우,만약 자본금이 3억원인 법인체가 연 5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면,이 법인의 접대비 한도는 기본 접대비 1,800만원에 자본금의 2%인 600만원 과 매출액의 0.3%인 1,500만원을 가산한 3,900만원이 된다.이는 연 총 매출액의0.78%밖에 되지 않는 액수다.이 기업체에 25명의 영업부 직원이 있다고 한다면,그들은 월 13만원을 접대비 명목으로 쓸수 있게 된다.불고 기 2인분에 소주 몇잔만 돌려도 식대가 몇만원씩 드는 요즘 세상인데,13만원으로 과연 영업다운 고객 접대를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특히 「그 친구 저녁 한 끼 사지도 않고 부탁만 하더라」고 공공연히 표현하는 우리 풍토에서 본다면 적은 액수라 아니 할 수 없다.과연 접대비의 한도는 필요한 것일까.
영국은 아예 접대비를 인정하지 않는다.미국엔 한도가 없다.그러나 과잉 접대를 방지하기 위해 점심 때 즐겨 마시는 「마티니」를 두 잔 이하로 국한한다는 규정 같은 것은 있다.또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누구누구와 어떤 용건 때문에 식사 를 했는지,초대한 사람의 소속.이름.직위등 상세한 내용을 기록해 둬야 그비용을 후에 인정받을 수 있다.그래서 고객용 신용카드 매출 전표 뒷면에 이런 내용을 쉽게 기록할 수 있도록 각 항목이 인쇄되어 있다.즉 미국에선 연 얼마를 접 대비로 사용하든 상관하지않지만 「접대를 위한 접대」만 인정하는 것이다.우리의 세정(稅政)도 하루 빨리 국제화되어 이런 작은 일에도 합리적인 행정이미쳐줬으면 한다.또 접대비 없이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얼른 이룩되었으 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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