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종범 ‘뒷바람’에 KIA 5연승 ‘신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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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시즌 초부터 꼴찌를 맴돌던 KIA가 마침내 바닥을 쳤다.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열린 ‘공포의 9연전’에서 6승2패(1경기는 우천취소)를 기록하면서 중위권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7일 광주 삼성과의 경기에서부터 11일 목동 우리전까지 5연승 행진을 하며 신바람이 났다. KIA가 정규 시즌에서 5연승을 한 것은 2004년 9월 이후 3년8개월 만이다. 팀 성적은 12일 현재 14승22패로 7위. 최하위의 불명예는 LG(13승25패)에 넘겨줬다. 6위 우리와는 반 게임 차, 5위 삼성(18승19패)과도 3.5게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KIA가 상승세를 타기까지는 베테랑 이종범(38·사진)이 한 몫을 했다. 이종범은 팀의 5연승 기간 타율 0.375(16타수 6안타·6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초반 벤치를 지키기도 했지만 팀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 것이다.

특히 최근 2연승은 이종범의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일 우리와의 경기를 앞둔 조범현 KIA 감독은 최희섭의 허리 통증을 보고받은 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1루를 맡을 만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전 1루수 장성호는 늑골 부상으로 이미 엔트리에서 빠져 있었다. 전날까지 3연승을 했다지만 조 감독은 눈앞이 캄캄했다.

여기서 이종범이 나섰다. 사정을 전해들은 이종범은 “내가 한번 나가 보겠다”며 1루수 출전을 자원했다. 아무리 만능 선수라지만 이종범이 1루를 지킨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로써 이종범은 1993년 데뷔 이후 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종범은 11일 경기에도 1루수로 출전했다.

결과적으로 ‘1루수 이종범’은 대성공을 거뒀다. 조범현 감독은 “수비만 따진다면 최희섭보다 안정감이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 이종범이 큰 버팀목이 됐다”고 흡족해했다.

지난해 은퇴설에 휩싸였던 이종범은 올 시즌 팀 안팎에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성기 때도 좀처럼 하지 않았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거침없이 하고, 경기 막판에 대주자나 대수비로 나서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는다. 올해로 프로 16년째를 맞는 이종범은 “이전까지 내 자신 위주의 야구를 해 왔다면 이제는 팀을 위해 남은 열정을 불태울 차례”라고 말했다.

한편 공포의 9연전에선 두산(7승2패)과 한화(6승3패)도 쏠쏠한 성적을 거뒀다.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는 13일 시작되는 6연전에서 당장 두 팀과 차례로 만난다. 반면 1승8패를 거둔 LG와 2승7패에 그친 우리는 9연전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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