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가변하고있다>2.인사파괴 바람 불가피한 선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과장이 된 지 올해로 5년째인 미원유화 S과장은 요즘 걱정이태산 같다.
진급 6년차가 되는 내년까지 진급을 못하면 영원히 진급기회가없어지기 때문이다.이 회사는 과장.부장의 경우 2년만에 진급할수 있도록 올해부터 인사제도를 혁신했다.
대신 6년만에 진급을 못하면 더이상 승진기회를 안 주도록 못박았다.이른바 직급정년제다.대한항공.코오롱상사.LG화학 등으로이 제도는 확산되고 있다.능력 있는 사람은 더 빨리 진급하지만반대의 경우는 만년 대리.과장으로 정년을 맞든 지 심지어는 그만둬야 한다.
『연공서열을 깨고 능력.업적위주로 인사를 하자.』 기업들이 주창하는 「인사파괴」 바람은 이제 임원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직원에까지 빨리 번져 나가고 있다.
왜 그런가.
대우그룹 인력개발원의 권오택(權五澤)이사는 『인사조직은 기업에서 가장 보수적 조직이다.먼저 기업환경이 변한 다음에 인사변화가 온다』고 말한다.
인사제도에 변화가 휘몰아치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이 외생적(外生的)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이라는 풀이다.
사실 우리 기업 인사및 임금제도는 일본식 종신고용제도 아니고서구식 계약고용제는 더욱 아니었다.
서구식 계약고용제를 지향하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작용를 줄이려다 보니 작년부터 여러 「신인사」제도들이 기업마다 유행처럼번지고 있다.팀제.직급정년제.연봉제.명예퇴직제 등이 이같은 과도기의 파생상품이다.
여기에 여성.기능직.신세대라는 무시 못할 사회세력의 등장을 수용하려다 보니 새 변수가 또 생겼다.여성및 기능직임원 등용,기능직과 사무직의 임금체계 통일,기능직 월급제전환,개인을 존중하는 사무실 구조개편과 인력배치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인사파괴 현상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의 한 인사담당임원은 『지금은 연공서열 또는 종신고용제에서 계약고용으로 가는 과도기다.2000년대까지 능력별 임금체계인 계약고용제를 정착시키지 않으면 무한경쟁의 세계질서에서 이기기 어렵다.컴퓨터로 개인의 업무처리 능력이 확대돼 슬림화는 기업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LG화학 인사팀 노인호(盧仁浩)대리는 『직급정년제를 2~3년 안에정착시키고 이어 미국식 연봉제를 도입한다는 것이 회사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앞으로 몇 년간 조직 살빼기를 위한 조치들을 잇따라시행할 것으로 보여 서구식 계약고용제로 전환된다는 분석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신한경제연구소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연봉제는 「감봉제」로 생각될 우려가 높고 물러난 직장인들이 다른 곳에 취직하는 인력유동화가 잘 안되면 인사파괴는 사회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대우의 권이사는 『임금을 끌어 내리기 힘들다고 하는 소위 임금의 하방경직성 원칙은 인사의 기본원칙』이라며 『섣부른 연봉제도입은 성과 없는 종업원들의 임금은 못 내리고 대신 성과가 좋은 사람들의 보너스는 더 늘림으로써 오히려 기업의 임금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