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문단 오페라대본 창작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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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종합무대예술인 오페라에서 문학부분인 대본 창작은 그동안 유명작가들의 외면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그러나 오페라계의 대중화 노력으로 관객이 몰리면서 유명작가들까지 오페라의 장으로 빨려드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특히 영국.미국.호주 등 서구 문단을 보면 오페라 대본 창작이 작가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도리스 레싱.비크람 세스.조이스 캐럴 오츠.이시마엘 리드.러셀 호반.마리나 워너.존 풀러.툴라니 데이비스등 지금까지 오페라대본을 발표한 시인과 소설가는 수두룩하다.
비크람 세스는 지난해 소설 『어울리는 남자』를 집필하는 틈틈이 돌핀이 물에 빠진 음악가를 구해낸다는 내용의 그리스 신화를그린 『아리온과 돌고래』라는 오페라대본을 썼다.이 작품을 대본으로 한 오페라는 지난해 6월 영국 플리머스의 무대에 올려져 호평을 받으면서 소설가들의 오페라대본 창작 열기에 불을 질렀다. 소설 21편을 발표한 미국의 대표작가인 조이스 캐럴 오츠 역시 최근 『흑수(黑水)』라는 제목의 리브레토를 발표했으며 영국의 도리스 레싱도 자신의 작품 2편을 오페라대본으로 만들었다. 소설가 이시마엘 리드는 예수의 생애를 담은 오페라대본을 집필중이며,이미 말콤 X에 관한 오페라 『X』를 발표해 가능성을인정받았던 시인 툴라니 데이비스도 『아미스타드』라는 작품의 마무리 손질에 바쁘다.
지난 83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월스트리트 저널지의 비평가 마누엘라 호엘터로프도 몇 개월전에 산타페 오페라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당시 성원에 힘입어 CIA를 소재로 한 두번째 작품을 구상중이다.
한때 오페라대본 집필을 2류 창작활동으로 여겼던 문학인들이 오페라쪽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은 순전히 오페라계의 대중화 노력으로 설명된다.오페라 무대의 자막처리 기술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청중도 늘어났을 뿐 아니라 노래 내용까지 청중 에게 쉽게 전달됨에 따라 문학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82년부터 92년 사이 오페라 관중은 35%나 증가,공연예술 분야에서 최고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오페라관련 정보조사전문기관인 오페라 아메리카의 조사에 따르면93~94시즌 전문 오페라단이 유치한 관중은 전시즌의 3백90만명에서 크게 높아진 4백40만명으로 집계되었다.이 수치는 대학.지방 오페라단.TV나 비디오테이프등으로 오페 라를 접한 2천2백30만명은 제외한 것이다.오페라에 대한 일반인들의 열기가이 정도로 나타나자 작가들도 오페라가 음악장르가 아니라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문학장르에 가깝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오페라의 성공여부는 17~18세기까지만 해도작곡가보다 대본 작가의 재능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했다.
오페라 『티토왕의 자비』의 경우 지금에야 이 작품하면 작곡가모차르트가 떠오르지만 당시에는 대본작가인 메타스타시오가 훨씬 명성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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