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쌀의 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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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 유엔이 발표한 「세계인구백서」에 따르면 세계인구는 약 57억명이다.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인구증가는 기하급수적인데 반해 식량증가는 산술급수적이므로 과잉인구로 인한 빈곤의 증대가불가피하다는 우울한 예측을 내놓을 무렵 세계인구 는 9억명에 불과했다.
맬서스類의 비관론자들은 지구를 커다란 배(船)로 비유한다.57억 승객중 특등실에서 포식(飽食)을 즐기는 사람들은 선진국 국민들이며,배 밑바닥에서 굶주림과 싸우는 사람들은 저개발국 국민들이다.개발도상국들은 배 밑바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이다.이 와중(渦中)에 매년 8천6백만 승객이 새로 배에 오른다.현재와 같은 증가추세(年 1.5%)가 계속된다면 2050년승객수는 98억명을 기록할 전망이다.1백억 승객들로 터져나갈 상황에 처한 지구號를 상상해보라.
인구문제는 바로 식량문제로 연결된다.현재 세계 곡물재고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소련 대흉작으로 식량위기였던 73년말 세계 곡물재고는 전체 소비량의 55일분이었다.지금은 겨우 51일분이다.올해는 미국 살인더위,중국 대홍수,러시아 가뭄 등으로 식량사정이 더욱 나쁘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다.미국의 환경연구기관 월드워치의 레스터 브라운소장은 중국의 곡물부족이 21세기 세계 식량난의 가장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그는 현재 12억명인 중국인구가 2030년 16억명으로 늘어나는 반면 개발 붐에 따른 경지감소.농업 노동력의 대도시 유입 등으로 곡물생산이 급속히 줄어드는 한편 소득증가에 따라 육류소비를 위한 사료소비 증가로 매년 3억의 곡물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5일 올해 쌀 예상수확량을 3천3백5만섬으로 발표했다.지난해에 비해 2백8만4천섬,5.9%가 줄었다.정부 보유량도계속 떨어져 내년 양곡연도말(8월)에 가면 4백만섬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가장 큰 요인은 벼 재배면적 급감 (急減)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후 쌀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식 저하,그리고 농민들의 벼농사 기피가 주된 이유다.
인구.환경.식량은 현재 인류가 당면한 최대 이슈다.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지구차원의 국가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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