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프레스콧 교수 “한국은 지금 고급 인력에 투자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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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번 돌려서 생각해 보자. 과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모두가 손해를 봤을까.”

200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에드워드 프레스콧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가 8일 색다른 논리를 들고 나왔다. 삼성증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삼성 글로벌 인베스터스 콘퍼런스’에 참석해서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많은 사람이 싼값에 집을 살 수 있었다”며 “금융회사와 주택 소유자들이 입은 손실은 이미 많은 자본이득을 얻은 뒤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 초 미국 증시 급락이나 1997년 한국 외환위기에 비하면 손실 규모가 작다”는 말도 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평가절하했다.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것 이상의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90년대 미국 경제에 호황을 가져왔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정보기술(IT) 혁명 덕분”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에 들인 돈이 비용으로 처리돼 장부상 수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뿐”이라는 해석을 곁들였다.

프레스콧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 “그동안 신기술을 비롯해 드러나지 않는 무형자산에 많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높은 세금을 매겨 결국 고용을 줄인 서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이 지금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라며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할 사람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후퇴(recession) 논란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미국 정부가 세율을 올리거나 반세계화 전략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경기후퇴는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이미 경기후퇴 상태라고 말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 대해 “20여 년간 거시경제학에서 새로 발견된 이론에 대해 무지한 것 같다” 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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