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낙농가.기업 왜싸우나-原乳價인상 "동상이몽"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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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유제품의 원료인 원유(原乳)가격 인상문제를 둘러싸고 정부.
낙농가.우유업체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우유회사들이 낙농가로부터 사들이는원유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인상폭을 놓고 막바지 절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농가단체들이 이미 연초에 농림수산부에 요청해놓은 원유가격인상문제가 이처럼 9개월이 넘도록 결말이 나지 않는 것은 낙농가와 우유업체간의 이해가 엇갈리는데다 정부부처내에서조차 입장이 대립되고 있기 때문.
낙농가단체는 국제 곡물가 폭등으로 사료값이 크게 오른 만큼 집유(集乳)가격도 최소한 16%인상을 주장한다.
낙농가의 압력에 시달려온 농림수산부는 고심끝에 6.9%정도 인상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물가당국인 재정경제원과 협의를 벌였으나 이번에는 재경원이 난색을 표시했다.재경원측은 원유값 인상이 곧바로 우유제품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 려,인상률이5%이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부처의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자 이번에는 낙농가단체이면서 우유제품 생산업체인 서울우유측이 원유값 인상을 제품가격에 반영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달하면서 정부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이에따라 타결기미가 보이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남양유업.매일유업.빙그레.해태유업등 우유회사들이 서울우유의 입장에 반발하고나서 다시 꼬였다.
원유가격이 평균 5%만 올라도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연간 35억~40억원,빙그레는 20억~25억원의 추가비용부담이 생긴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요인.우유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우유의 마진이 6%안팎에 불과하고 원유값이 생산비에서 차 지하는 비중이 60%나 되는만큼 원유가 인상을 제품가격에 반영시키지 않을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울우유가 제품값을 끝까지 그대로 유지할 경우 다른회사들로서는 경쟁력을 감안해 가격인상을 마냥 강행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어서 고심하는 눈치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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