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금배분 양극화 대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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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기에 이상기류가 계속되고 있다.금리가 연중 최저수준을 기록하는등 시중의 자금은 풍성한데 어음부도율은 낮아질줄 모른다.특히 지방의 어음부도율은 25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해 지역경제사정이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8월중 지방의 어음부도율은 0.79%로 지난 70년 5월의 0.81%이래 2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지방어음부도율이 이처럼 높게 나타난 것은 대전(1.83%).충북(1 .32%)등일부 지역에서 그 지역 건설업체와 백화점등이 거액의 부도를 낸데다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진데 기인한 것이다.여기에다 상반기에 부도를 낸 업체의 어음만기가 공교롭게도 8월에 집중된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한국은행측은 설명 했다.
올들어 전반적으로 부도율이 높아진 것은 건설업과 서비스업등 비제조업 부도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이는 근본적으로 업체의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이 1차적인 원인인데 건설업의경우 전국,특히 지방에 건설된 아파트의 미분양이 적체됐기 때문이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경기의 양극화현상이 빚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은행.단자회사등 금융권에는 자금이 남아돌아일부 대출세일을 하는데 반해 중소기업,특히 지역상공인들은 자금확보를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시중금리가 연중 최저수준을기록하는데도 지방 중소기업들엔 그림의 떡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하고,대기업들이 현금결제비율을 높이는등 갖가지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중소기업의 부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으니 기이한 일이다.이는 지원받는 업체만 계속 혜택을 보고,그 권(圈)밖에 있 는 업체는 여전히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자금배분이 일정기업에만 편중돼있는 것이다.
물론 경영능력 부족으로 기업이 도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경영능력도 있고 기술력도 있는 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 것은 막아야 한다.정부나 금융권은 이런 기업을 찾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자금배분의 편중현상을 막고,경기의 양극화현상이 더이상 심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부도를 막는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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