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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여, 진짜 모습을 보여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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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터넷 중앙일보(www.joongang.co.kr)는 인터넷을 통한 직접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해 '나는 디지털 국회의원'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티즌과 전문가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며, 대안까지 마련해 보는 마당입니다.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토론 내용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진보의 사전적 의미는 나아간다는 뜻일 겁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진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요? 지금 한국의 진보가 이렇듯 사전적 의미대로 방향과 방법론이 제시된다면, 그리고 그 방법이 실현가능하다면 나도 진보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진보는 보수의 썩은 부분만을 내보이는 것밖에 나는 본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썩은 모습은 너그럽게 봐달라고 합니다. 오직 부패의 척결만이 문제라면,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 왔던 가치관은 전부 구태의연한 것으로 일고의 가치 없이 싹 쓸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것이라면, 그대 진보는 대체 어디서 나왔습니까? 한국 진보의 밑그림을 보여주세요.

3~4년 전 미국에선 프랑스의 연금법과 의료보험법을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여론이 들끓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미 프랑스 사회에선 그 사회보장제도의 잠재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인간의 수명이 그 제도가 만들어질 때 예상했던 것보다 턱없이(?) 연장된 데서 비롯했습니다.그래서 비전을 가진 정당이 이 문제를 건드리기만 하면 콩 볶듯 이해집단이 일어나 시위를 했습니다.

그렇게 또 다른 7년을 좌파에 내맡겼던 프랑스에 지금은 우파가 들어섰습니다. 처음 그들이 한 것은 연금법과 사회치안 문제였습니다. 그러자 3개월 이상 전국 교사들은 수업도 내팽개치고 시위를 했지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보수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또 하나 나는 전교조에 대해 불안한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선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고 '필요없는 지방질을 빼겠다'고 선언한 지 일주일도 안돼 그 자리를 내려와야 했습니다. 머릿수로 덤벼드는 교사들…. 그들은 정말 '암적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 사건 중 하나는 고등학생들이 공부를 더 하게 해달라고 시위를 했던 것입니다. 왜냐고요? 그 교사들에겐 수업을 빼먹을 수많은 이유가 그들의 거대한 이해집단만큼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를 하나만 더 얘기하죠. 집에 17인치 모니터보다 조금 더 큰 창문이 깨졌습니다. 사람을 부릅니다. 유리 값은 10유로지만 그걸 끼우는 데 드는 인건비는 100유로입니다. 피가 튈 노릇입니다. '쉬믹'이라는 최저 임금제도 때문입니다.

나는 한국 진보의 밑그림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통아줌마인 나는 불안합니다. 그렇지만 선진국으로 가자는 몸부림일 것이고, 그렇다면 선진국의 성공한 점과 실책을 잘 벤치마킹하는 혜안이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촛불 드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지만 그들의 뜨거운 가슴을 사랑합니다. 촛불을 말리며 기다리는 다른 쪽의 이성적인 태도 또한 깊이 사랑합니다. 서로 거친 말을 하지 않으면서 토론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는 함께 가야 할 '한국'이라는 배를 탄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입니다.

김경숙 중앙일보 디지털국회 논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