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모양 안좋은 車협상 잡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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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선방(善防)」한 셈인 韓美자동차 협상결과를 놓고 정작 미국도 아닌 국내에서 부처간 갈등이 있었다는등 「사후(事後) 잡음(雜音)」이 나오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하고 있다.잡음이 나온 과정도 그렇지만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닌 잡음을 심각한 문제인양 받아들이는 국내의 일부 시각이 더 문제다. 협상 결과를 놓고 볼 때 「조세 주권을 포기했다」는 시각은 옳지 않다.그렇지 않아도 고칠 세금 체계를 우리가 미리고치지 못하고 미국이 들고 나와야 마지못해 고쳐주는 것 처럼 된 모양이 고약스러워 그렇지,국가간 협상에서 주권을 포 기할 대표단이 어디 있겠는가.
협상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우리 정부의 부처간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고 또 그 이견을 우여 곡절 끝에 조정해 미국과 합의 했으면 된 것이지,협상도 다 끝난 마당에 새삼 지난 이야기를 우리끼리 문제 삼을 필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잡음은 크게 수석대표를 맡은 통산부에 불만인 외무부가 ▲우리전략을 누출시키고 ▲훈령을 늦게 전달,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등이다.
외무부는 물론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청와대 조차 세간의 여론이 지나친 비약이라며 진화(鎭火)에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로 훈령 전달이 다소나마 늦어졌던 것은 「미국측이 내놓은합의문 초안(草案)이 너무 강하다고 본 정부 상층부의 판단」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잡음」은 다른 돌발 변수가 없는 한 해프닝으로 지 나고 말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은 무엇보다 통상에 관한 우리의 현정부 조직을 재점검해봐야 한다는 과제를 표출시키고 있다.
이같은 갈등과 잡음은 재경원 대외경제조정실을 없앴던 작년부터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각 부처가 제각기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구 축소」란 명분에만 집착해 성급히 「정부내조정자」를 없앤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잡음과 소모적인 여론 형성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통상 문제를 둘러 싼 정부내 조정 기능을 다시 분명히 하는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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