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자치경찰제 도입 필요한가-찬성론 정세욱 명지大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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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방자치제의 전면실시를 계기로 지방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완전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 방범(防犯).교통.수사분야 등을 시.도의 자치경찰에 이양함으로써 지역실정에 맞는 치안을 이룰 수 있다는 명분에서다.그러 나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매우 거세다.이 문제에 대한 이해를 위해 찬반 양론을 싣는다.
[편집자註] 경찰의 임무는 두가지로 대별된다.하나는 날로 흉포화.기동화하는 범죄를 수사하고,크고 작은 시위나 폭동을 진압해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는 임무다.다른 하나는 유흥업소.
고물상의 허가,자동차운전면허,교통시설의 설치.운영,총포.화약류의 단속,경비등 지역적인 사무를 처리하고 개개인의 생명과 신체.재산에 대한 위해(危害)로부터 주민을 보호하는 임무다.전자는국가경찰의 몫이지만,후자는 국가경찰이 맡는 것이 불합리하며 지방경찰이 담당해야 한다.예를 들어보자.아파트주민 이 짐을 들고차에서 내리면 그 아파트 경비원들이 얼른 달려가 짐을 받아주고아파트 문앞까지 친절하게 날라다 준다.왜 이렇게 친절하게 봉사할까.아파트단지의 관리사무소에서 임명되는 그들은 「나를 먹여살리는 사람은 바로 이 아파트주민들 」이란 인식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만약 전국의 모든 아파트를 중앙의 대한주택공사가 관리하고 경비원들의 임명권도 주택공사에 있다면 이들의 근무태도는 필경 달라질 것이다.「나는 서울의 주택공사에서 월급을 받는다.발령을 받다보니 이 아파트에 부임하게 되었을 뿐,이 아파 트주민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며,짐을 들어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현재는 경찰서장부터 순경에 이르기까지 모든경찰이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에 그들은 「정부발령에 의해서 이곳에 근무하게 되었을 뿐 이곳 주민과는 아무런관계도 없다.나는 국가에서 봉급을 받고 있지 주민들이 낸 세금에서 받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따라서 주민들이도둑을 맞거나,불량배들이 우글거려 밤길을 다니지 못해도 경찰은이들을 체포하거나 소탕하는데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그 지역의 치안상태가 엉망이라고 매스컴에 얻어맞지만 않으면 그만이다.큰 사건이 터져 경찰이 범인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는 경우란 일반적으로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범인검거의 개가를 올려 점수를 따려는 자기의 공명심 때문이다 .
몸은 지방에 와 있지만 마음은 온통 서울에 가 있다.어떻게 하면 중앙의 내무장관.경찰청장에게 잘 보여 서울로 전근되거나 승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여념이 없다.그러니 주민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이것이 모두 국가경찰제로 일원화 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폐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자치경찰제를 채택해야 한다.자치경찰제아래서는 경찰이 지방공무원이 되므로 시.도가 인사권을 갖게되며 서울로 영전될 수도 없다.따라서 서울의 고위층에 잘 보일 필요가없으며,자기를 먹여 살리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게 마련이다.
자치경찰제를 채택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개인생활의 침해와 사회질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기능은 가장 신변 가까이에서 수행돼야 하는 서비스행정이면서 권력적행정작용이기도 하므로 도리어 개인의 권익을 침해 할 위험성이 있다.따라서 경찰은 주민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두어야 한다.지방자치단체가 경찰을 관장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명지大교수.서울市政개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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