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79를 헛수로 만든 白8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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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2국
[제5보 (77~101)]
白.趙治勳 9단 黑.朴永訓 5단

78에서 조치훈9단은 초읽기에 몰렸다. 그러나 지금 초조한 쪽은 박영훈5단이다. 좌상의 실리를 통째 내주며 상변을 가르고 들어갔지만 기대했던 대마 공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흑▲들은 너무 깊이 들어온 탓에 퇴로가 불안하다.

이마의 식은 땀을 닦으며 박영훈은 79로 둔다. 연결을 확실히 하며 공격을 가한 수. 그런데 趙9단이 노타임으로 80에 막아버렸다. 순간 박영훈은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 뜨끔해진다. 공격이 안 된다면 79는 공배다. 그러나 80은 상당한 현찰이다. 대손해다!

79가 패착일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세돌9단은 '참고도1' 흑1의 넘기를 진작부터 주장하고 있었다. 이렇게 실리를 챙겨놓으면 중앙은 엷어지지만 일단 집으로는 부족할 게 없다. 그런데 80으로 그 실리가 날아가버렸다.

그렇다면 대마 공격은 어떤가. 불행하게도 그게 교묘히 안 되게 돼있다. '참고도2' 흑1, 3, 5로 두면 대마는 두집이 없다. 하지만 8에 이어 10에 붙이는 맥점이 있다. 14에 이르러 백은 쉽게 연결된다(11로 13에 두면 백은 곧장 14에 끼운다).

일류들에겐 쉬운 수순이다. 초읽기에 몰렸지만 趙9단은 이 수순을 한눈에 보고 80을 두었다. 박영훈도 이미 이 수순을 확인하고 속으로 가슴을 치고 있다. 97로 에워싸 중앙집에 마지막 기대를 걸 때 98, 100이 얄미울 정도로 침착한 선수.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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