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 줄고 매스컴 등장 자제-YS 이미지관리 새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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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TV의 오후8시 또는 9시 뉴스에 金대통령의 동정이나 발언이좀처럼 헤드라인으로 취급되지도 않고 뉴스에 등장하더라도 육성은잘 나오지 않는다.
물론 사적인 대화를 줄였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공개되는발언을 삼간다는 얘기다.
金대통령이 6.27 지방선거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여론을 수렴,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한 증거다.
金대통령은 신문과 TV에서 자신의 얘기가 주요 뉴스로 다뤄지지 않을 경우 짜증을 내기도 했다는 소문까지 있었다.대중을 의식하는 오랜 정치생활 탓이다.
그런 金대통령이 오히려 주요 뉴스원이 되기를 피할 정도니 지방선거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또 金대통령의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 임하는 각오와 자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TV뉴스에는 국민들이 궁금해 할만큼 충분한 기간을 두고 모습을 나타낸다는 전략도 세웠다.열흘이나 보름에 한번 정도씩 얼굴을 비친다는 것이다.金대통령의 다소 어눌한 듯한 화술은 야당시절에는 인간미 있는 것으로 비춰졌지만 대통령에 취 임하고 나서는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됐다.
자연히 공식행사도 대폭 줄었다.
외부 행사에 참석할 경우 정치적인 얘기는 가급적 삼가고 행사에 적합한 발언만 한다는 원칙도 생겼다.
행사와 무관한 얘기는 오히려 대통령의 권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金대통령은 그대신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고 비공개.개별 접촉을 늘렸다.최근 민자당 지구당위원장 선정때도 많은 대상자를 직접 만났고 설득했다.
내년 4월 15대총선 공천을 직접 챙기기로 마음을 굳힘에 따라 자료도 꼼꼼히 챙긴다.14대 총선과 대선의 득표상황은 물론지난 지방선거의 결과와 자체 여론조사 내용을 참조하며 여기에 金대통령 특유의 정치적 감각을 더해 지구당위원장 을 선정한다.
당선될 사람을 공천하겠다는 인물위주 공천작업이다.
그만큼 내년 선거에서는 전혀 다른 각오로 임하겠다는 자세다.
겸손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당위성도 제기됐다.
부드러운 이미지로의 회복을 위해 표정이나 단어 선택도 신중을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와함께 비서관과 행정관에 대한 말조심을 당부하고 있다.아무리 문민정부 시대라 하더라도 청와대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외부인사를 만나서 현정권을 비판하게 되면 비판의 여론이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는 판단이다.
공무원들에게도 언행을 삼가 조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공직자들이 개혁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희화화(戱畵化)할 때 개혁은 추진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한 결과다.
청와대는 이런 金대통령의 조용한 변신이 시간이 경과하면 상당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두고 볼 일이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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