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이모저모>민자 自黨의원 對정부비판 잇따르자 검열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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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정감사때면 여당은 죽을 지경이다.야당의원들의 폭로성 질의 때문이다.한식구인 정부를 비호하지 않을수도 없고,일일이 대응하자니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그러나 금년 국감은 사정이 달라졌다.야당의원 때문이 아니라 여당의원 탓이다.
국감시작 첫날부터 민자당의원들은 정부를 공격했다.내년 총선을의식했는지 아무튼 야당의원은 저리가라는 기세였다.심지어 전직대통령 재산환수문제까지 거론했다.
그같은 분위기는 27일에도 이어졌다.재경위의 김덕룡(金德龍)의원은 정부의 대기업 정책을 신랄히 비판했다.보건복지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민자당 송두호(宋斗灝)의원은 국립의료원을 맹렬히 공격했다.다른 상임위도 비슷한 상황이다.민정계든 민주계든 한결같다.당의 설득도 먹혀들지 않는다.이들 의원에게는 눈에 보이는게 없는 듯하다.난감해진 것은 민자당이다.야당의원의 폭로에는 공개적 대응이 가능하다.그러나 여당의원들에게 그럴수만도 없는 노릇이다.벙어리 냉가슴 앓는 것도 정 도문제다.
민자당이 드디어 제재에 나섰다.민자당은 27일 국감활동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말이 「지원」이지 일단 「검열」을 하겠다는 것이다.오죽하면 『인기성 발언을 하지말자』는 대변인 논평이 나올 정도다.민자당은 매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그날의 국정감사를 점검하기로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대표와 총무.상임위원장.간사들이 「문제의원」들을 일일이 챙기기로 했다.일단은 비판수위를 낮추도록 설득한다는 방침이다.그래도 말을 안들으면 비공개 주의나 경고를 주기로까지 했다.집권당의 집안꼴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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