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중앙일보 "대학평가"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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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 교육의 오랜 체질상 교육개혁의 선결과제는 바로 대학개혁이다. 대학의 학생선발방식이 개혁되어 입시위주의 교육이 사라져야 고교 이하의 교육에서 개인별로 다양하게 타고난 소질과 잠재력을 키우는 교육,인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또 대학교육의 내용이 개혁되어 분야별로 다양하고특성화된 세계 일류수준의 대학이 많이 나와야 새로운 시대,새로운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양성할 수 있다.
그러면 대학은 누가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과거에는 정부가 규제와 법령이라는 무기로 대학을 통제하고 변화를 유도해 왔다.
대학이 능동적으로 변혁의 길에 나설 수도 없었고,넘치는 입학지원생 때문에 나설 필요도 없었다.
앞으로는 대학의 설립.운영 전반에 걸쳐 정부의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사라지게 된다.그러므로 이제는 대학이 스스로 변화와 개혁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A대학이 하는 것을 B대학이 따라하는 과거방식으로는 더 이상 수요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 많은 대학은 사회의 개혁요구에 무관심하려 하고있는 실정이다.바로 여기에 대학평가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즉 대학평가는 대학간 경쟁을 촉발하여 교육의 질 향상을 가져오는 외에 다음 두 가지 기능으로 대학개혁을 유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먼저 대학의 입장에서 대학평가는 대학이 개혁되어야 할 방향을사회로부터 제시받을 수 있다.대학평가는 직접소비자인 학생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제시해 준다.대학평가는 기업을 비롯한 사회가 특정대학의 졸업생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 를 나타내 준다. 다음으로 대학평가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수요자 중심의 교육은 학생.학부모등 교육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전제로 한다.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교육소비자가 우선 학교와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교육,특히 대학교육은 소비자가 그 내용과 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다양한 대학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통해 소비자가 알고자 하는 교육정보가 생산되어야 하고 이것이 잘 유통되는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이같이 중요한 대학평가는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는가.
첫째,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다양한 평가제도가 뿌리내려야 한다. 대학교육협의회와 같은 공급자뿐만 아니라 학생.학부모.기업등소비자가 두루 참여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복수의 다양한 평가제도는 소비자에 의해 검증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공신력과권위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둘째,대학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적절한 평가를 위해 평가지표는계량화가 가능한 양적지표뿐만 아니라 교육의 속성상 보다 중요한질적 지표도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셋째,평가자체에 불응하는 대학의 명단을 포함,평가 결과 생산된 대학에 관련된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교육소비자에게 원활히 유통되는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대학평가에 관한 정보가 대학에는 자기혁신의 바로미터로,학생과학부모에게는 프로그램 선택의 판단자료로,기업에는 인력채용의 잣대로 활용되게끔 해야 한다.
넷째,대학평가의 결과는 정부의 재정지원과 연계되어야 한다.
영국의 고등교육재정위원회(HEFC)처럼 정부는 대학평가와 대학재정의 배분을 연동시킴으로써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앞으로 대학은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입학자원의 감소,고등교육시장의 개방,정보통신기술에 의한 원격교육의 보편화 등에 의해 도태될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다.우리 대학은 개혁의 의지로 평가에 기꺼이 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문명사적 전환기에는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개혁만이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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