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전략 사라지고“70년대 회귀” 비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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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화두는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이라는 이른바 ‘747’ 공약으로 압축된다.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시장의 힘을 최대화해 경제 체질을 높이는 한편 규제 개혁과 감세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낮아진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장기 전략이 제시됐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물가는 오르고 내수 경기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생산자물가는 2000년대 들어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고 소비자물가도 마지노선인 4%를 넘어섰다.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1분기 성장률은 3년3개월 만에 최저인 0.7%에 머물렀다.

급해진 경제팀은 임기응변식 대증요법을 줄줄이 내놓았다. 고철 값이 오르자 매점매석 단속에 나섰고, ‘적정 재고’를 초과하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대통령의 물가 걱정에 52개 품목을 선정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했고, 자장면 값을 올리지 못하도록 행정지도에 나섰다. 3월 초엔 유류세를 10% 인하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지나치게 시장을 옥죄는 1970년대식 정책이라는 비판만 불러왔다. 유류세 인하는 국제 원유값이 오르며 한 달도 안 돼 약발이 떨어졌다. 52개 품목은 소비자물가보다 오히려 더 많이 올랐다.

‘정부가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독주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취임 초부터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나라는 없다”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말을 쏟아내며 외환·채권 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추경을 둘러싸곤 여당인 한나라당과 정면충돌이 빚어졌다.

이런 가운데 당초 약속한 공약 중 상당수가 미로를 헤매고 있다. 부동산 세제 완화는 강북 부동산이 급등하는 가운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사실상 연기됐다. 감세도 재정수지 확보를 이유로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공기업 민영화는 조기 추진과 지주회사화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원은 “애초 제시한 경제정책의 큰 그림은 사라지고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며 힘을 소모하는 양상”이라며 “우선순위와 로드맵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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