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정성화 ‘코믹 연기’에 갈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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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13면

뮤지컬 ‘굿바이걸’
6월 15일(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
평일 오후 8시, 수요일 오후 4시·8시, 토·일·공휴일 오후 3시·7시(월 쉼)
문의 02-501-7888

작품에 사용된 넘버 ‘굿 뉴스 배드 뉴스’를 빌려 표현하자면 다행인 건 ‘굿바이걸’이 잘나가고 있다는 것이고, 불행인 건 정성화(33)가 상을 타지 못했다는 거다. 제2회 더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 다음날 공연장을 찾았을 때 정성화는 여느 때처럼 우렁차게 무대를 휘어잡고 있었다. 표정에선 실의의 흔적을 찾을 길 없었고, 객석에선 곧잘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전날 남우주연상으로 조승우가 호명됐을 때 TV 카메라에 잡힌 얼굴엔 아쉬움이 한 자락 비쳤는데 말이다.

“솔직히 기대하긴 했어요. 하지만 제 공연 보신 분들은 제게 상을 줬을 겁니다.”
자신만만하되 편안한 말투. 수화기 너머 정성화는 아쉬움을 숨기지도 않았고, 그것에 사로잡혀 있지도 않았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 역으로 더블 캐스팅 연기를 했던 조승우에 대해선 “받을 만하다”고 덕담했다. 조승우는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정성화 형의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화는 “솔직히 ‘맨 오브 라만차’로 평가받고 싶었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평가받고 싶었던 것은 물론 배우로서의 실력이다. 알려진 대로 그는 SBS 3기 개그맨 출신이다. TV에서 지명도를 높였지만 정작 재능을 확인한 곳은 뮤지컬 무대다. 2000년 ‘가스펠’로 발을 딛기 시작해 ‘컨페션’ ‘올슉업’ ‘맨 오브 라만차’ 등을 통해 배우로서 인정받았고, 올 초 ‘라디오스타’에서 최곤(김다현 분)의 20년 지기 매니저 박민수 역을 너끈히 소화해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들었다. 더 뮤지컬 어워즈 심사위원단 안에서도 “‘맨 오브 라만차’가 아니라 ‘라디오스타’나 ‘굿바이걸’로 후보에 올랐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라디오스타’ 공연 도중 틈틈이 연습해 선택한 차기 작이 ‘굿바이걸’이다. 미국 극작가 닐 사이먼이 1977년 만든 동명의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로 옮겼다. 영화 ‘스팅’과 뮤지컬 ‘코러스라인’의 마빈 햄리시가 음악을 맡아 93년 브로드웨이에 올려졌다. 국내에선 이번이 초연이다.

정성화는 열두 살 딸 루시를 둔 싱글맘 폴라(하희라 분)와 엉겁결에 동거 상황에 놓이는 직업배우 엘리엇을 맡았다. 로맨틱 코미디가 대개 그렇듯 상처 받은 두 남녀가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극적 갈등 구조나 심오한 인생 철학은 없지만 보는 게 즐겁고 유쾌한 코미디다. 특히 정성화는 넉살 좋은 연기와 풍부한 가창력으로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엘리엇을 소화해 냈다. 10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온 하희라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다.

“통속극이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하려 한다”는 그는 타고난 희극적 감성을 무대에 제 물 만난 듯 펼쳐 보인다. “보여줄 수 있는 게 열 가지라면 코미디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자신감도 보인다. 남은 아홉 가지 중에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경감도 포함돼 있단다. “국내에서 다시 공연할 때 꼭 도전해 보겠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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