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北 인권 정책수정 배경-유화책 효과없자 정공법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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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이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R)에 납북자와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직접 개입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은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우선 우리측장관이 직접 국제기구에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부터가 이채롭다. 孔장관은 또 오는 28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할 방침이기도 하다.脫냉전후 처음있는 일이다.
정부는 냉전시대에 북한과 경쟁할때는 北의 인권문제를 곧잘 거론했다.지금도 그렇지만 북한의 최대 약점이 인권유린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국제무대에서 북한과 대결하는 것을 지양했다.북한 자극제인 인권문제 거론도 자제했다.인권문제를 얘기해야 할 때면 제3국이나 민간단체에「의뢰」하는등 간접적인 접근방법을 채택했다.
그런데 孔장관은 직접적이고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UNHCR는 모든 인권의 증진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무대에서 가장 권위있고 영향력 있는 기관이므로 서한전달은 범상히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孔장관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정부정책을 수정한 까닭은 우선그동안의 유화정책이 별 효과가 없었다는 판단때문인 것같다.북한은 우리측의 깊은 배려를 묵살하고 이산가족 상봉등 모든 면에서비협조적으로 나왔다.우리와는 대화조차 하려 하 지 않았다.
때문에 정부는 난처해졌다.『지나친 대북(對北)눈치보기.저자세』라는 비난도 뒤따랐다.이런 저런 측면에서 정부는 정공법(正攻法) 필요성을 느꼈다.게다가 인권문제 해결은 문명의 요청이기도하다.해결을 위해 노력하는게 당연하다는 주장을 거역하기 어렵다.우리가 북한 인권에 대해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면 국제사회의전폭적인 지지와 협조를 얻기도 힘들다.
또 납북자.이산가족 문제는 물론 북한주민의 억압상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민족공동체 형성에 악영향을 줄게 자명하다.이런 점을 알고서도 방치하면 우리도 북한과 별반 다를바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을 정부는 염려했던 것같다.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무대에 제기하면 북한이 맞대응할 것이 확실시되지만 그 경우에도 자신있다는 판단도 했다고 한 외무부 관계자는 말했다.
『우리 인권상황이 북한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게 개선됐으므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주장에 귀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게 이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그러나 속도와 강도는 신중하게 조절할 방침이다.잘못하면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계점을 넘지는 않겠다는 계획이다.그런 점에서 孔장관의 유엔연설 내용이 주목되는데,孔장관은 아주 매섭고도 강도높게 북한을 비난하기 보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같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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