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을 받은 학생들과 함께 한 헥트 교수(왼쪽부터 세번째), 장성도 박사(다섯번째), 손기락 사장(여섯번째). [영남대 제공]
미국 데이튼대학의 노만 헥트(Norman Hecht)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장성도 박사, 서울에 있는 삼성연마 손기락 사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영남대를 방문, 신소재공학부 3학년 김경재(24)씨 등 3명에게 3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감동적인 사연이 배어 있는 이른바 ‘헥트 장학금’이다.
이 장학금의 사연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헥트 교수는 1986년 봄 친구이자 동료학자였던 장 박사와 함께 영남대를 방문했다. 일본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한 뒤 영남대 전신인 대구대 1기 졸업생인 장 박사와 함께 장 박사의 모교를 방문한 것이다.
이때 헥트 교수는 장 박사의 주선으로 특강했다. 헥트 교수는 이어 영남대가 감사의 뜻으로 전달한 강의료를 거절하며 선뜻 장학금으로 내 놓았다. 아울러 살아 있는 한 매년 같은 액수의 장학금을 영남대에 기증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헥트 교수의 이러한 뜻은 장 박사와 손 사장 덕분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장 박사가 친구 손 사장에게 헥트 교수의 뜻을 얘기하며 “같이 장학금을 모아 전달하자”며 의기 투합한 것. 모두 재료공학 박사인 이들은 미국 알프레드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68년 첫 만남 이후 조우하는 등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그때부터 매년 4월말이면 300만원의 장학금을 모아 영남대에 전달하고 있다. 평생 미국 대학에서 미국 학생들만 가르쳐온 헥트 교수도 어김없이 같은 날 장 박사에게 돈을 보내 온다.
22년 만에 영남대를 다시 찾은 헥트 박사는 “친구들이 나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이 기여하는 데도 장학금 명칭을 내 이름을 따서 짓도록 했다”며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장학금 기탁 약속만큼은 꼭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장 박사는 “자신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20여 년간 장학금을 기탁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덕분에 나도 모교를 위해 할 일이 생겼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서로를 치켜 세우며 다시 한번 손을 꼭 잡았다.
헥트 교수는 이날 장학금을 전달한 뒤 ‘우주선 보호를 위한 세라믹 타일’이란 주제로 학생들에게 특강했다. 특강에서 그는 “젊은이의 도전 정신과 창의력만이 우주 개발을 위해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기초과학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황선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