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不者 채용 알선 '헛바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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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보증기금은 이달 초 신용불량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1000만원 이하의 소액 신불자와 그의 가족 중 80명을 채용키로 하고 지역본부별로 인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20일이 지난 지금까지 채용인원은 8명에 불과하다. 사무보조.신용정보 입력 등 단순업무를 하며 월 70만원을 받는다는 조건에 발길을 되돌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신보 관계자는 "채용한 사람도 직원들이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예상과 달리 호응이 높지 않아 보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과 은행들이 앞다퉈 시행하고 있는 신불자 일자리 찾아주기 운동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생산직이나 임시직을 원하는 구인 업체와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사무직이나 영업직을 희망하는 신불자들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취업알선센터를 가동한 신용회복위원회는 아직 한건도 취업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센터에는 현재 주로 지방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인 240개 업체와 신불자 300여명이 등록돼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과 기숙사.식사 무료 제공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서울.수도권 거주자가 대부분인 신불자들은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달부터 신불자 취업 알선에 나서 9개 업체와 신불자 13명으로부터 구인.구직 신청을 받았으나 취업과 연결된 경우는 아직 없다.

외국어대 임기영(경제학) 교수는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인위적인 일자리 찾아주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신불자들도 무작정 기대수준을 높이기보다 자신의 처지에 맞게 눈높이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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