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헌재 출석' 득실 저울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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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냐, 실리냐-.

노무현 대통령 변호인단이 30일 예정된 헌법재판소 공개 재판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盧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놓고서다.

盧대통령은 지난 21일 변호인단과의 만찬에서 "여러분들의 판단에 따르겠다"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문재인 변호사는 "대통령이 재판에 나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 위신을 고려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재판에 출석해 소추위원과 공개석상에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재판 절차와 경호 문제도 제기됐다. 盧대통령 측의 한 변호사는 "헌재가 일반 형사사건의 재판 절차를 따를 경우 대통령이 피고인처럼 비쳐져 품위가 손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공개변론에 앞서 경호와 의전 방법에 대한 헌재의 확실한 방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盧대통령의 '화끈한 성격'도 고려된 것 같다. 소추위원의 추궁에 반론을 펴는 과정에서 '말 실수'를 할 경우 여권에 유리하게 조성된 탄핵 정국이 엉뚱하게 전개될 것을 우려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명분을 내세울 경우 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盧대통령이 30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날짜를 잡아 출석을 요구하게 된다. 재판 절차가 최소한 1주일 이상 늦어지면서 총선 전에 끝내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실리를 내세운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변호인단 내부에선 "헌재의 뜻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재판에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盧대통령이 '권위로부터의 탈피'를 주장한 마당에 재판에 못 나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재판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30일 재판에 나가 모두(冒頭)진술만 하면 된다"는 주장을 폈다.

盧대통령이 1차 재판에 나가 진술을 마치면 총선 전에 헌재의 심리가 끝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 변호사는 "헌재가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총선 정국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文변호사는 "盧대통령의 재판 출석 여부는 일러야 이번 주말께 결정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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