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자사고에 매년 30억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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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진관외동에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한 명품 교육’을 표방하는 자립형 사립고(자사고)가 2010년 3월 문을 연다.

하나금융그룹은 375억원을 들여 ‘하나고’(가칭)를 세운 뒤 매년 30억원 이상을 학교에 내놓을 예정이다. 교사 전원을 석사학위 이상의 고급 인력으로 확보하고, 학급당 학생수 25명 이내에 전원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한다. 내년 말 전국을 대상으로 첫 신입생을 모집하되 서울의 비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지역) 출신 학생을 우대한다. 현재 자사고는 민족사관고(강원도 횡성군)·상산고(전북 전주시) 등 전국에 6개가 있지만 서울 지역에선 처음이다.

서울시는 30일 진관외동 일대 은평뉴타운 자사고 설립부지(2만6446㎡)를 공급하는 우선협상대상자에 하나금융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올 상반기 서울시와 본계약을 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학교 설립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나고의 ‘명품 교육’=하나금융은 하나고를 웬만한 대학교에 못지않은 시설을 갖춘 명품 고교로 키울 방침이다. 건축비로만 315억원을 투입해 교실(8200㎡)·실내체육관(3600㎡)·기숙사(7200㎡)·도서관(2300㎡)과 학생회관·식당(1200㎡)을 짓는다. 학년당 10개 학급에 전체 학생수는 750명으로 예정하고 있다.

교육 기자재도 최신식으로 사들이고, 독창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데 60억원을 쓴다. 우수한 원어민 교사들을 유치해 학교 기숙사에 머물도록 했다. 해외 유학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국제적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김승유 회장의 의지 반영=하나금융이 자사고 설립에 나선 데에는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으로 양질의 교육을 보편화하겠다”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김 회장은 ‘자사고 100개 설립’을 공약한 이명박 후보(당시)가 대선에 승리한 직후인 지난해 말 도올 김용옥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자사고 설립을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이제 여건이 갖춰진 만큼 구체적 실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남승희 서울시 교육기획관은 “중앙일보 기사를 보고 하나금융과 접촉한 결과 김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은평과 길음뉴타운의 자사고 부지를 후보로 제시했더니 하나금융 쪽에서 땅이 비교적 넓은 은평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자립형 사립고=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학생 선발과 등록금, 교과과정 운영에서 자율권을 갖는다.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2002년에 도입했다. 등록금은 일반 고교의 3배 이내에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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