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CALS혁명"을 기대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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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982년 미국 국방부는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을 뒤엎는 역사적 사업을 발표했다.육.해.공을 망라한 각 군의 전황보고 및 무기조달,각종 기술자료의 수.발주를 모두 컴퓨터를 통해 통합.조정하는 군수 조달체계의 정보화 혁명-그것은 당시「칼스(CALS:Computer Aided Logistic Support)프로젝트」로 명명됐다.
사실 미국이 이러한 칼스 시스템을 도입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비행기 1대의 무게보다 비행기를 관리하기 위한 수백만장의 기술자료,각종 매뉴얼 등 서류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어느 항공모함은 병사.전투기외에 항공모함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23에 달하는 각종 도면의 무게 때문에 바닷 속으로 5㎝는 더 가라 앉아있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미 국방부 핵심사업으로 등장한 칼스는 이후 모든 제조업분야에서 제품의 생산으로부터 소비자의 이용에 이르는 전과정을 순환관리하는 「동시공정」의 모형으로 이용되고 있고 이른바 정보화 군대와 제조업 사업자 모두에게 필요한 전략적 산업도 구로 발전하고 있다.그래서 최근의 칼스개념은 민간산업을 포함하는 용어로 확대해 사용하고 있다.나아가 강력한 통신망구축이 필연적인 이 사업은 현재 미국의 초고속통신망 사업과 연계돼 국방과 기업뿐 아니라 행정.교육부문도 흡수함으로써 추 진속도가 한층 빨라지고광범위해지고 있다.산업혁명의 뒤를 이은 칼스혁명이란 무엇인가.
방적기.증기기관의 발명이 산업사회를 낳은 결정적 동력이었다면 칼스혁명은 모든 하드웨어적 기능을 하나의 통합된 소프트웨어로 묶어 운용하는 정보화사회 실현의 요체라 풀이할 수 있다.다시 말해 통합지능의 국방,통합지능의 기업,그리고 통합지능의 행정과교육이 다시 통합되는「통합지능형 국가」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바로 칼스혁명이라 하겠다.
『산업사회에서는 순차적 업무처리,계층적 분화가 생산성 향상에기여해 왔지만 정보화사회로 가면 계층적 구조를 최대한 줄이고 각 업무의 기능별 단위도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동시적.통합적으로처리해야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 다.』이것은 칼스혁명을 통해 정보화사회의 주도권을 움켜잡기 위한 선진국들의 「민첩한」 판단이다.그동안 산업의 성장과 침체는 기업의 자율의지와 시장원칙에 의해 이뤄지도록 한다는 원칙 때문에 「산업정책」이 없는 곳으로 유명했던 미국 상무부 의 오랜 전통도 지난 90년 칼스 프로젝트를 떠맡으면서 무너졌다.『칼스는 침몰 직전의 상태에 빠진 많은 미국기업을 구해 줄 마지막 구명보트』『상무부의 유일한 산업정책은 칼스뿐』이라는 것이 이미 공통된 인식으로 자리잡았다.
칼스에 관한 한 일본도 좌시할 수 없었다.어물어물하는 사이 「미국표준=칼스표준」이 될지 모른다는 판단 아래 통산성은 서둘러 「칼스 기술연구조합」을 설치했고 칼스관련 노하우를 축적해 동남아와 중국의 칼스개발 프로젝트에 참여,아시아의 「칼스 맹주」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또 도요타 자동차.NEC등 일본기업은 아시아지역 생산기지를 칼스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작업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중이다.유럽에서도 「칼스 유럽」이 활동중이다.나토가맹국들은 칼스나토를 결 성했다.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도 지난 93년 칼스퍼시픽이 결성됐다.
그러나 칼스를 대하는 우리는 어떤가.현재 하드웨어 측면의 기술 수준은 해를 거듭할수록 향상되고 있으나 이를 운용할 소프트웨어 수준은 미흡하다.특히 칼스와 관련해서는 개념정리도 안된 「문맹상태」에 머물러 있다.
세계 각국이 같은 표준으로 통일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을 때 「우리 식」만을 고집해 봤자 효율면에서 엄청난 격차가 벌어져 결국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게 된다.
특히 칼스는 군조달체제 개선을 통해 산업의 정보화를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산업경쟁력을 높인다는 원대한 꿈을 담고 있어 막대한 방위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무엇보다 칼스와 관련한 정부부처의 획기적이고 신속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그리고 업계의 야심적인 기술개발 노력,특히 제조공정 기술의 정보화와 관련된 그래픽 응용시스템 개발분야와 시스템 통합기술에 대한 소프트웨어 개발 및 표준화 문제에 관한정부와 기업의 공동노력이 있어야 한다.앞으로 칼스는 산업쪽에만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칼스 환경.칼스 교육.칼스 교통 등으로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 정보 자체가 통합지능화된「칼스 정보 국가경영체제」로 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유럽과 일본이 서둘러 칼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더 이상 미루다가는 국가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차원이 아니라 정치.경제.교육.사회.문화 전 부문의 통합지능형적 국가경영의 승부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리라는 위기감 때문이다.따 라서 늦추면늦추는 만큼의 산술적인 손해가 아니라 늦추는 정도의 수천배로 기하급수적인 국가적 손실을 당해야 하는 것이 칼스혁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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