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앤드차일드>지희의 아가이불 집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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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이해못하는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5세난 딸아이 지희는 돌이 지나면서부터 올 연초까지 몸에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 하는 물건이 있었다.그것은 바로 지희가 갓난 아기때부터 덮었던 연한 하늘색의 보드라운 작은 이불이다.
지희는 우유를 먹을 때는 한손으로 이불을 부드럽게 쓰다듬었고심심하면 엄지 손가락에 이불 한귀퉁이를 말아 빨기도 했다.
잠들 때는 이불에 얼굴을 부벼대야 잠이 들었다.그래서 다른 집에 가거나 여행을 갈 때도 그 이불만큼은 배낭속에 넣어가야할정도로 심각했다.
주위 어른들은 엄마의 정이 부족하다,아이가 외로워서 그렇다고나름대로 진단을 내렸지만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나로선 무조건 아이에게서 그 이불을 뺏으려고만 했다.그럴수록 아이는 이불에 더 애착을 갖는듯 했다.
그러던 어느날 친정어머니가 그 이불과 비슷한 색깔과 감촉의 조그만 손수건을 사오셨다.
『지희야,낮에 큰 이불을 갖고 다니면 창피하니까 이 예쁜 아기 이불을 갖고 다니자』하시면서 큰 이불은 다음에 동생 생기면주자고 장롱속에 아이가 직접 보관하도록 시키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희는 낮에는 그 이불을 찾지 않았고 대신손수건을 꼭 지니고 다녔다.밤에 잠들땐『엄마 동생줘야 되니까 고양이가 물어가지 못하도록 이불 잘 지켜야돼』 하면서 아쉬운듯확인하고 어렵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점차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재미도 알게되면서 손수건도찾지 않게됐다.요즘 지희는 그 이불을 보고도 별 관심이 없다.
아이가 뭔가에 지나치게 집착할때 갑자기 고치는 것보다 서서히그것에서 벗어날수 있게 하는게 현명한 방법인듯 싶다.아마 하늘색 손수건이 없었다면 지희는 아직도 때묻은 이불을 밤낮으로 걸치고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유미정〈서울노원구하계동 장미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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