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잡음 많은 천안 신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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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월 말 완공 예정인 충남 천안시 신청사(사진)와 관련, 각종 장비의 설치.구매 계약과 조형물 공모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천안시청에서 신청사 구내 정보통신망(LAN) 관련 회의가 열렸다. 계약 주무부서인 회계과에서 4명, 설치업체 2명, 감리업체 2명 등 총 8명이 참석했다. 설치업체 직원이 감리업체에 "네트워크 납품장비를 계속 퇴짜놓는 이유가 뭐냐"며 따졌다. 그러자 감리업체 직원은 "LAN장비에 정통한 모 회사가 부적격품이라고 하더라"고 답변했다. 동석한 회계과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LAN 설치=감리업체가 LAN 장비(10억원) 설치업체로 낙찰된 S기업에 L사 제품 사용을 계속 요구해 공사가 늦춰지고 있다. 설치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널리 상용화돼 있는 다른 제품을 써도 성능이나 유지.관리면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감리업체가 왜 L사 제품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L사 관계자로부터 적정 보상을 해 줄테니 계약을 포기해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L사는 천안시의 LAN 설계 단계부터 자문을 해온 업체로 알려졌다.

◆ 방송장치 구매=지난해 7월 시 홈페이지에 구매부서인 회계과를 꾸짖는 글이 올랐다. 방송장치(16억원)를 구매하면서 특정 업체에게만 관련 정보가 미리 알려지는 등 특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그 글은 "특혜 시비가 일자 시가 관련업체 모임인 조합(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구매를 포기하고 조달청에 구매를 의뢰했다"고 지적했다.

회계과는 "입찰을 둘러싸고 말이 많은데다 최저가 경쟁 입찰로는 양질의 장비를 구입하지 못할까 걱정돼 조달청 구매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 상징 조형물 공모=시는 1월 말 신청사 상징 조형물(2억원)을 공모했다. 그러나 곧바로 공모 내용을 수정해야 했다.

응모자격을 공공기관 공모 당선 경력이 있는 자로 했다가 지역 미술인들 반발이 있자 '공공 미술작품을 제작할 능력이 있는 자'로 대폭 완화했다. 또 심사를 시 미술장식심사위원회로 결정했다가 소속 위원이 응모할 수 없게된다는 지적에 별도 심사단을 구성키로 했다.

또 작품 제출 시기가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작가 선정도 안된 상태로 두달여 만인 6월 말 설치는 무리라는 얘기다. 천안시는 2003년 천안박물관 설계 공모때도 행정자치부 감사에서 응모 자격이 잘못됐고 공모기간이 짧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주택공사 인천본부 경우 내년 준공할 아파트들의 설치 조형물을 1년여 앞선 지난 22일 공모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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