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대학서 FTA 돌파구 찾아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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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한우농들이 29일 울주군 언양읍 축산센터 한우대학에서 ‘사료에 대한 이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이재동 사진작가]

“교수님, 좋다는 소문을 듣고 보리·마늘도 먹이고 사료를 발효시켜 먹이기도 했지만 고기질이 들쭉날쭉이어서 감을 못잡겠어요.”

“사료 영양분석은 해보셨습니까.”

“….”

“육아일기 쓰듯 송아지 때부터 무슨 사료를 얼마나 먹였는지 적어보세요. 얼마 안 가서 도가 트일 겁니다.”

29일 오전 울산시 언양읍 축산회관 3층.40~70대 축산농 60명이 강의실을 빼곡히 채운 채 교수와 함께 토론식 수업을 하느라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울산축협이 지난달 문을 연 한우대학 강의실이다. 이날 강의는 사료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꼽히는 정근기(영남대 축산과 명예교수)강사의 ‘사료에 대한 이해’강좌.

이정웅(울산축협 조합장)대학장은 “한우 고기의 품질을 높여 쇠고기 수입개방의 위기를 돌파하자는 기치를 걸고 대학을 개설했다”며 “예상외로 꼭 입학시켜달라는 농민이 너무 많아 한우 30마리 이상 사육하는 사람으로 입학자격을 제한하고 정원도 당초 계획보다 10명 더 늘렸다”고 말했다.

강의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12시 2시간씩 3개월 과정이다. ‘경쟁력 있는 고급육을 생산, 돈 잘버는 비결을 체계적으로 배운다’는 목표에 맞춰 분야별 전문가들이 교수로 초빙됐다. 축산과학원 한우시험장의 박사들, 축산학 전공교수, 농림부·울산시 고위 간부들이다.

한달 동안 ‘한우정책’ ‘한우브랜드 육성방안’ ‘사료 생산과 이용’ ‘한우 고급육 생산 기술’ ‘한우 인공수정 이론과 실습’ ‘번식우의 질병 예방과 치료’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쇠고기 수입개방 뒤의 시장 동향과 정부·지자체의 움직임, 고급 쇠고기 생산방법과 마케팅 전략에 대한 전문이론과 실습 강좌였다.

지난 8일에는 경남 합천의 합천축협을 방문, 생축장과 등록우 경매시장 등의 축산 선진지를 돌아보는 현장학습도 했다.

다음달 28일 졸업식까지 남은 기간에는 ‘소 질병의 예방과 치료’ ‘한우 생산비 절감방안’ ‘우사시설과 환경관리’ 등의 강좌를 배우게 된다.

한우대학 학생장을 맡고 있는 전상철씨는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에서 한우 100마리 이상을 사육하고 있다”며 “10년이 넘도록 소를 키우면서도 자신이 없었던 비육·번식·사료·브랜드에 대한 노하우를 전문가를 통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봉현(축산과학원 한우시험장장) 한우대학 초빙교수는 “수업시간 내내 질문이 쏟아지는 등 학생들의 자세에서 FTA로 인한 위기를 기술력으로 넘자는 의지가 넘쳐났다”고 말했다.

울산축협은 한우대학 1기가 졸업하는 다음달 28일 전후로 울산지역 한우 브랜드 ‘햇토우랑’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브랜드 한우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글=이기원 기자, 사진=이재동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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