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중국 민족주의 근원은 왜곡된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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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밖의 다른 나라에서도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중국인의 빗나간 민족주의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도 심각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쑨원광(孫文廣) 산둥(山東)대 교수 등 9명의 중국 학자는 “중국인의 애국주의 정서가 갈수록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외국인에 대한 국수주의적 혐오증은 결국 중국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젊은 학생들의 애국주의는 중국 정부가 정치학 이론과 교과서들에 대한 검열을 실시해 일방적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탓”이라며 중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청년들이 남을 배려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왜곡된 민족주의 정서를 선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콩 시사평론가 딩왕(丁望)은 “중국의 젊은 층들이 전체주의적 중국과 자유로운 서방의 시민사회·정치제도·언론 공간에서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중국 사회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맹목적 민족주의의 뿌리는 중국 공산당이 1990년대에 시작한 ‘애국주의 교육’에서 비롯됐다. 공산당이 90년에 방침을 정한 뒤 94년 공산당 중앙 선전부가 ‘애국주의 교육 실시 요강’을 제정하면서 본격화됐다. 중국 당국은 95년 5월 100개에 달하는 애국주의 교육 기지를 국가 전 지역에 만들어 선전부와 국가교육위원회·공산주의청년단문화부·국가문물국(문화재청)·인민해방군 등을 모두 동원해 전면적인 애국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중국 애국주의 교육 사이트’가 개설되고, 지방 정부별로도 유사한 사이트가 만들어져 온라인상에서도 애국 교육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사회주의 혁명 근거지와 각종 역사 유적지 등에서도 애국을 강조하는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문제는 교육 내용이다. 중국 애국주의 교육을 연구해 온 한경대 교양학부 윤휘탁(48) 교수는 “역사 교과서가 정확하게 이분법적으로 기술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중국이 제국주의로부터 받은 침략과 그 과정에서의 저항을 정확하게 둘로 나눠 기술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열렬한 애국 투쟁 영웅을 부각하는 한편 반대편 사람을 철저하게 매국노로 몰아붙이는 내용이 근간”이라며 “현재 해외에 유학 중인 젊은 학생들은 대부분 이런 애국 교육을 받고 성장한 세대”라고 말했다.

다른 한 전문가는 “이런 민족주의 교육은 개혁·개방으로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사회주의 이념만으로는 중국을 통치하기 어려워진 공산당이 불가피하게 취한 선택이지만, 내부적으로 공산당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획일주의적이면서 전체주의적인 이데올로기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최근 중국에서 표출되는 민족주의 성향이 모든 소수 민족을 한족 중심의 역사관으로 눌렀던 문화대혁명 당시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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