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시장"외면한 채권종합과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번복에 번복을 거듭한 채권에 대한 종합과세 방침이 마침내 결론이 났다.채권의 보유기간별로 원천징수를 하고 이를 종합과세에포함시키겠다는 것인데 이를 보는 시장관계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채권을 누가 얼마 동안 보유했는지를 파악할 묘책도 없으면서 과세를 하겠다고 나선 것도 문제지만 밀어붙이기식으로 종합과세를시행할 경우 채권유통시장은 아예 문을 닫을 지경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금융계는 갈피를 못잡고 허둥댔고 시장은 시장대로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금리만 슬금슬금 올랐다.그동안 나름대로 절세전략을 짜 두었던 투자자들은 정부에 우롱당했다는 느낌마저 갖게 됐다.채권이자 종합과세 문제는 그렇게 하루이틀에 후닥닥 해 치울 일이 아니다.서슬 퍼런 5,6共시절 금융실명제가 검토됐다가 백지화된 배경도 따지고 보면 금융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그런 문제를 예외없는종합과세로 해결하려는 것은 극단적으 로 비유하자면 태어날 때부터 한 쪽 다리가 짧은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쪽 다리를 잘라 길이만 맞추는 식이라고 할 수 있다.정상화하는 길은 짧은쪽 다리에 보조기구를 채우고 재활운동을 통해 걸음마부터 할 수있도록 만드는 것일 게다.
금융실명제가 모든 금융상품에 종합과세를 시행하는 것으로 최종마무리되는 것이라면 마땅히 그를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이 불가능한 일을「개혁」이라는 명분만 내세워 추진하다 공연히 금융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문제가 남는다.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현실성이 없다면 그건졸속행정일 뿐 정책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宋尙勳기자 〈증권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