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생산성 비밀은 ‘도요타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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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고의 경영효율을 자랑하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노사화합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회사에 대한 종업원들의 충성심이 대단하다. 그래서 스스로 노동 강도를 높이며 ‘가이젠(改善)’을 거듭해 나간다. 여느 기업의 근로자들과는 크게 다르다. 도요타의 힘이 여기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도요타에서 노사관리는 절대 비밀이다. 도요타의 생산방식에 관한 논문과 저서는 숱하지만 노사관리 자료는 찾기 어렵다.

도요타 그룹에는 전체 직원(대리 이하 의무가입)의 90% 이상이 가입한 조합원 27만 명의 도요타노동조합연합(도요타노련)이 있다. 지부 격인 도요타자동차 노조의 조합원은 5만8000여 명이다.

이런 노련에 반기를 든 ‘이단아’들이 있다. 2006년 1월 결성된 제2노조 ‘도요타노조’다. 이들은 “도요타노련은 노동자보다는 경영진을 대변한다. 작업환경을 개선하려면 진짜 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년이 지났지만 조합원 수는 20명에 불과하다.

와카쓰키 다다오(若月忠夫·62·사진) 제2노조 위원장을 아이치(愛知)현 지류(知立)시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칭찬 일색의 도요타에 대해 다른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도요타에 입사하면 끊임없이 분임조(QC서클) 활동을 통해 업무를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노동 강도가 높아져도 불만을 드러내기 힘든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종교 같은 집단의식으로 업무 개선을 강행한다는 주장이다.

기존 노조는 2001년 이후 매년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도 2005년까지 자진해 임금동결을 제안해 왔다. 임금동결은 생산현장의 핵심인 ‘도요타학원’ 출신이 주도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나고야 주쿄(中京)대학 전우석(경영학부) 교수는 “도요타학원은 ‘도요티즘’ 전파의 선봉장이다. 가장 작은 현장조직(6~7명)의 리더인 반장을 대부분 도요타학원 출신이 맡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타학원은 4년제 고교 학력을 인정받는 직업교육기관이다. 매년 생산직 입사자 중 이곳 출신이 30%인 200∼300명에 이른다. 역대 노조위원장 역시 모두 이곳 출신이다. 작업자들이 모여 노동 강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라치면 도요타학원 출신이 “정년을 보장해주는 데 무슨 문제냐”라며 제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와카쓰키 위원장은 “도요타에서는 노동자란 말 대신 도요타맨이라는 말을 써 스스로 경영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지류·도요타시(일본)=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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