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용사 강도사건-갑작스런 자유.상대적 박탈감이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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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 귀순자가 일으킨 공기총사건은 우리 국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귀순자들은 93년6월 제정된「귀순 북한동포 보호법」의 테두리에서 보상을 받고 한국사회에 정착하고 있다.귀순자들이 상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그들을 만나보면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고 실토한다.
귀순자의 이번 사고경위는 앞으로 자세히 밝혀지겠지만 한국에 와 가정을 갖고 지방에 정착해 살다가 일으킨 사건이어서 귀순자들의 실태에 관심갖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와있다.중국.러시아등지에서 귀순이 한동안 쇄도하면서 사회의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귀순자들의 생활실태와 어려움은 비교적 은폐돼 있다.
이번에 사고를 낸 신광호(辛光虎)씨는 지난해 11월 本社 통일문제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귀순자들이 이북에서 죄를 짓고 온 사람이라고 취급하며 불신하는 것이 계속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심경을 밝힌 적이 있다.
귀순자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할 곳이 마땅찮은 데다 북에서의 체험담을 남쪽 주민들이 사시(斜視)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입장을 곡해하는 풍토에 여간 난감해 하지않는다.
本社 통일문제연구소가 귀순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확인한 한국사회부적응의 형태를 보면▲직장문제▲대우문제▲소외감▲문화적 충격▲가정불화 등으로 나뉘어 진다.시베리아 벌목장 출신들은 직업훈련원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과거 귀순자들과 대우 가 달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한다.
여만철(51)씨는『귀순자가 늘면서 국가차원에서 대우가 떨어져곤란을 겪는 사람이 많다.당장은 강연료 등으로 돈벌이가 되지만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수입은 떨어지게 마련이다.일단 벌어들인 돈도 관리를 제대로 못해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일부 귀순자들은 한국에 와 결혼하지만 문화차이.금전문제 등으로 가정불화를 겪어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대부분 귀순자들이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 적응하려 애쓰고 건전한 사회활동을 위해 모임을 만드 는등 선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해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兪英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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