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있는요리>쇠고기 굴소스볶음-주부 이영하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가사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살림하는 주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봤을 법한 일.
은행에 가는 일 정도는 컴퓨터로 가볍게 처리하고 컴퓨터통신으로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한눈에 파악하는 앞선 주부 이영하(李英夏.35.서울서초구잠원동 신반포 한신아파트)씨에게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주부는 가정에 안주해 버리기 쉬우므로 언제나 「세상을 향한 창」을 활짝 열어 두고 살고 싶다는 그는 「살림은 알뜰하게,그러면서 재빨리」를 또 하나의 모토로 시원시원하게 가사를 해 치우는 스타일.때문에 30분이면 한 끼 식탁을 훌륭 하게 차려내는 「비법」이 그녀에게는 유난히 많다.그래도 먹는 일만큼은 소홀히 해본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녀의 재빠른 요리솜씨는 특이하게도 중국남자로 부터 전수받은 것들이다.
7년 전,남편의 대만 유학시절 인연을 맺고 지금도 왕래하는 양유상(梁幼祥.40)씨는 대만정치대학 구내서점의 마음씨 좋은 주인아저씨였다.고향을 떠나 외로움에 울적해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잘 돌봐 주었던 그는 서점에 자주 들러 책을 사 가는 그녀의 남편과 금방 친해졌고 책값을 깎아 주거나 구하기 어려운 중국본토 서적을 몰래 구해다 주는 인정을 보였다.뿐만 아니라 추석 같은 명절이면 자신의 차로 드라이브도 시켜 주고 집으로 초대해 중국가정의 보통음식을 선보이기 도 했다.
『처음 초대받아 그댁에 갔는데 아무 준비도 돼 있지 않은 거예요.그리곤 우리가 도착하니 梁선생이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요리를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손님 맞을 준비가 전혀 안돼 있는 점도 놀라웠지만 부인은 손님과 애기하며 소파에 앉아 있고 가장인 남자가 부엌에서 일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더구나 梁씨는즐겁게 얘기도 해 가며 5분에 한 가지씩 요리를 척척 해내 식탁에 올려 놓았 다.
양파 하나와 쇠고기 한 줌이면 훌륭한 요리 한 접시가 되는 「쇠고기 굴소스볶음」도 이렇게 梁씨집을 드나들며 배운 것.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면 냉장고를 뒤져 있는 야채와 고기로 프라이팬에 슬슬 볶아 내는 근사한 「청요리」는 온 식구 에게 언제나인기. 올 10월께 세번째 한국방문을 계획중이라는 梁씨의 전화에 온 가족이 즐거운 해후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하는 그녀는 김치맛에 푹 빠져 있는 梁씨를 위해 맛있는 김치 담글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단다.
〈文敬蘭기자〉 ▲재료=①쇠고기 2백(쇠고기 양념용으로 설탕 1작은술,밀가루 2작은술,간장 1큰술),굴소스 2작은술,물녹말1작은술,참기름 약간,식용유 2큰술,양파 중간크기 1개,파.마늘 각 2큰술.
▲조리법=①쇠고기는 양념에 재워 약 30분간 둔다②식용유를 팬에 넣고 연기가 날 정도로 달군 뒤 다진 파와 마늘을 넣어 향을 낸다③기름에 고기를 넣고 저어 주면서 살짝 익힌 뒤 굴소스를 넣고 볶는다④고기가 거의 익을 무렵 양파를 넣고 살짝 볶는다⑤물녹말을 넣어 농도를 조절한 뒤 접시에 담기 직전 참기름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윤기를 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