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달라이 라마 회담前後-美.中해빙무드에 티베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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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빌 클린턴美대통령이 티베트 망명정부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접견함으로써 그동안 회복기미를 보이던 中美관계가 다시 격랑속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14일 베이징(北京)주재 美대사대리를 즉각 외교부로 불러 강력한 항의를 전달한 데 이어 대응책 마련에 돌입,팽팽한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달라이 라마의 백악관 방문사실을 통보받은것은 접견이 이뤄지기 불과 몇시간전인 13일 낮(현지시간)으로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달라이 라마가 망명정부 지도자로서가 아닌 종교지도자로서 백악관을 방문하며 그것도 앨 고어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접견하는 자리에 클린턴대통령이 잠깐 참석하는 형식을 취한다』고통보했다.이같은 조치는 대만과 티베트문제에 관한 한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최소한「성의표시」다.
그러나 이같은 성의표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번 사건을 매우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중국의 강한 반발이 마치 불을 보듯 예상되는 상황에서 클린턴대통령이 굳이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의도가 과연 무엇이냐는 점 때문이다.
특히 접견 시기선택이 꺼림칙하다.클린턴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접견한 것은 지난해 4월28일에도 있었다.하지만 이번은 지난 6월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 방미(訪美)허용 이후 최악으로까지 치달았던 美中 양국관계가 막 회복되려는 시점 임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는 미국의 의도적 「도발」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측 생각이다.
여기에 베이징에서 열렸던 세계여성회의에서 중국의 인권문제를 국제적 주요쟁점으로 떠올린 대통령부인 힐러리 클린턴여사의 발언도 앙금으로 깔려 있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 카드로 한번 중국의 반응을 떠본후 다시 티베트 카드를 꺼내 중국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는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中美관계를 상호협력관계로 설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견제와 봉쇄를 통 해 중국의 발목을 잡으려한다는 것이다.특히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생명이 다해가는 과도기라는 점과 2년 앞으로 다가온 홍콩반환등을 염두에 둔 「중국 흔들기」라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양국관계가 또다시 요동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이는『후유증이 李총통 방미에 못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고위당국자의 언급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는 지금 중국이 어떤 대응카드를 들고 나오느냐에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北京=文日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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