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PC홍등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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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오게 마련」이라는 말은 오늘날의 컴퓨터가 지니는 부정적 속성을 아주 잘 나타낸다.컴퓨터는 정직하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컴퓨터를 惡의 세계로 몰고 가는 것은 사람들 자신이라는 뜻이 더 강하다.오늘날의 컴퓨터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둑질해대는 해커들에게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약점이 컴퓨터를 더욱 악에 물들게 한다. 그 최대의 피해자가 전세계 4천만대의 컴퓨터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는 인터네트다.해커들은 인터네트를 가리켜「미개척(未開拓)의 서부(西部)」라 부른다.그만큼 해먹을게 많다는 뜻이다.이들은 원하기만 하면 어떤 프로그램이든 손쉽게 복사한 다.신용카드나 음반(音盤),심지어 전자판(電子版)플레이보이誌의 누드사진까지 마음먹은 대로 훔쳐간다.해커들에 의해 무단복제된 소프트웨어는 돈으로 따져 연간 2조원에 달한다.
인터네트가 그처럼 무법천지로 변해가는 데는 까닭이 있다.사기꾼등 범법자들이 돈을 세탁하듯 해커들은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손쉽게「세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즉 유럽의 작은 나라들이나 아시아 여러나라의 컴퓨터를 중간단계로 경유하면 본 래 해커들의이름과 주소는 지워지는 것이다.
해커들의 불법 복제와 함께 인터네트가 골머리를 썩이는게 전세계에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음란.외설 프로그램들이다.지난 6월 미국 상원에서 제임스 엑슨의원은 인터네트에서 복사한 여러장의 포르노 사진을 공개해 충격을 주었다.여성 누드 나 성교 장면은 보통이고 사디즘에서 수간(獸姦)에 이르기까지 섹스와 관련된 최악의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해커들의 장난도 많지만 인터네트에 올라 있는 업체의 10% 이상이 음란물을 취급하고 있다는점도 컴퓨터를 외설물 전시장으로 만드 는데 「기여」하고 있다는것이다. 인터네트가 지구촌 규모의 환락가 또는 홍등가로 변모하고 있는데도 어린이들을 보호할만한 방법이 없다는 한 영국 교수의 탄식은 귀기울여 볼 만하다.컴퓨터의 등장이 커뮤니케이션의 일대 혁명이라 하더라도 그 부작용이 이쯤에 이르고 보면 예삿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인터네트가 음란 정보를 차단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등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지만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을 만큼 우리도 심각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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