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아쟁점과흐름>18.사회생물학 논쟁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작년 한해 지존파 살인사건을 비롯한 반인륜적 범죄들이 사회적이슈로 등장하면서 언론에서는 다소 선정적으로 인간의 범죄행위를DNA유전인자와 같은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설명하려는 주장이나미국 흑인들의 낮은 사회적 지위를 그들의 I Q에서 설명하는『벨 곡선(The Bell Curve)』이라는 책이 소개돼 세인의 흥미를 끈 바 있다.
이런 관심은 그 당시 사회적 이슈 탓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최근의 분자생물학의 연구성과가 사회학적 상상력과 기묘하게 결합돼흥미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1953년 제임스 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힌 이후 최근 신경정신계 질환이나 암등이 유전자 질환으로 밝혀지는 것은 물론 15년 계획으로 30억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인간유전자 지도 작성 계획(인간게놈사업)이 추진되는 등 유전공학의 비약적 발전을 토대로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유전적.생물학적 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게된 것이다.
90년대 들어 사회생물학을 옹호하는『털없는 원숭이』(세계사),『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사회생물학』(민음사),『유전자들의 전쟁』(민음사)과 그것을 비판하는『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한울) 등이 번역.출판되면서 분자생물학의 성 과 및 그것의 사회학적 적용이라 할 수 있는 사회생물학을 소개하는 책들이국내에도 소개되었으나 그를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는못했다.그러나 작년 10월 반인륜적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면서 한국과학사학회와 대한의사학회 가 합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생물학적 결정론의 내용과 사회적 함의」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토론되었고,이날 발표논문및 토론 요지가『인간은 유전자로결정되는가』(명경출판사)라는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이날 발표에서 생물학적 특성이 사회적 행동을 1차적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한 서울대의대 서유헌 교수는 유전공학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이 생물학적 특성이 사회적 요인에 의해 2차적으로 영향을 받아 행동이 변형된다고 주장했다.즉 생물학적 특성과 환경적특성의 복합작용이 인간행동을 결정한다고 설명한 그는『과학의 발전으로 생물학적 결정론이 점점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 사회생물학의 위치와 그 가능성에 대해 소개한 전북대 이병훈교수는 인간행동 하나하나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생물학적 결정론」으로부터 사회생물학을 구별할 것을 강조했다.진화론과 같은 생물학이 사회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통일적 메커니즘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사회생물학에서는 그와 같은 유전의 결정적 역할을 주장한 적이 없지만『문화가 유전자로부터 결코 유리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본성의 과학적 규명과 이에적합한 문화적 구속을 설정할 때 사회생물학은 진정한 휴머니즘을실현할 수 있다고 결론을 맺었다.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이날 회의에서▲과학적 오류와▲정치적 이유로 곧바로 혹독한 비판에 직면한다. 金蒼浩〈本社전문기자.哲博〉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