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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대신 '농업인'이라 부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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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고, 따라서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직업인을 지칭하는 이름 또한 천태만상이다. 상대방을 존중해 주면서 상대가 좋아하며 만족하는 지칭이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전에는 광부.화부.어부.농민 등으로 지칭됐으나 현재는 거의 바뀌었다. '부'자보다는 '민'자를, 또 '민'자보다는 '인'자를 상대적으로 높거나 더 좋게 인식하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다.

세상이 변화하는 데 유독 농업인.농촌.농업 분야만 독야청청하라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 농업 관련 중앙기관에서 2002년부터 공식 행사나 공문서에서 농업인으로 지칭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옥에 티처럼 일부 농업 전문지에서 이러한 대세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아직도 농민, 심지어 농부라는 어휘까지 쓰는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

농업인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동시에 피상적.냉소적 시각을 차단하는 '농업인'이란 명사는 국어사전에 수록돼야 마땅하다. 시대에 따라 생성.변화하고, 또 사멸되는 것이 언어의 자연스러운 속성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농업인들에게 조그마한 사랑과 관심을 갖는 것은 동시대의 삶을 같이하는 민족으로서 최소한의 금도다. 둘째, 가장 원초적 산업을 지키고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가. 명예와 부를 탐하지 아니하고 말없이 가꾸고 연구개발하며 지켜가는 농업인들 덕분에 국태민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덕길 한국농기계전문지도연구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