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야당다운 야당, 구호로만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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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다르크' 추미애 전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 지역에 몰아친 거센 한나라당 바람속에서도 중랑 을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여유있게 물리치면서 낙승을 거두면서 3선의 중진 의원이 됐다.

추미애 당선자는 28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 '야당다운 야당'을 제시하면서 "선거운동이 벼락치기 안 된다고 한 것처럼 야당다운 야당도 구호로만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 당선자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정책으로 세부적인 접근을 해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피부에 와 닿을 만한 것이 되고 신뢰를 얻어 가면 야당다운 야당으로서 신뢰가 축적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추 당선자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보이고, 국민들에게 쉽게 야당다운 야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도력 체제로 가야한다"며 "그것이 꼭 나라는 생각은 버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내에서 계보 의식이 있거나 유리한 계보에 따라서 연대하자는 식으로 함몰된다면 당의 결론이 민심이 바라는 결론과 동떨어지게 돼 있다"며 "민심이 바라는 야당으로서의 존재감과 기대감을 수용하고, 부응하기 위해서는 당을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당선자는 4년전 새천년민주당 선대위원장으로써 탄핵 책임으로 위기에 몰린 당을 '삼보일보'까지 하면서 구하려 했지만 그 자신부터 낙선한 바 있다.

다음은 추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 18대 국회에 다시 들어온 소감은.

"몇 년 동안의 정치 공백은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간이었다. 한편으로 (공백기에도) 정치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돌아와서 보니 민주당이 힘든 모습이었다. 여전히 지지세력이 분열돼 있는 상태이고, 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대선을 치르면서 참패하는 등 암울한 상황이었다. 다만 18대 총선 출마를 다짐할 당시 희망의 끈이 있다면 정치는 벼락치기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민심이 정치인으로서 추미애가 어떤 사람인가를 평가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내 모습 뿐만 아니라 내 생각과 족적까지도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어려운 상황도 견디면서 정치 소신을 지켜냈는지, 신뢰할 만큼 깨끗한 정치를 실천하는지, 국정 운영을 준비할 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줬다고 생각하면서 견뎌 낼 수 있었다"

- 4.9 총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솔직하게 참패다. 서울에서의 의석수를 따져보면 총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서울은 개방된 마음으로 잘 하려는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내주는 곳이다. 따라서 당으로서의 가능성을 따질 때 서울에서 얼마를 얻느냐가 지표가 된다. 민주당은 서울의 47개 선거구 중에 7개 밖에 얻지 못했다. 야당으로서 견제 세력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민주당이 제대로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

- 민주당이 총선에서 평가를 받고도 여전히 계파를 따지고 진로를 놓고도 논쟁만 분분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당이 지난 4년 동안 대부분의 역량을 정치에 몰두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결별로 지지 세력이 흩어지고 정치력을 모아내지 못하면서 국정을 이끄는 동력을 상실했다. 또 통합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대선을 치르면서 참패했고, 총선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마지못해서 기계적 통합을 했다. (계파 간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화학적 결합, 지지 세력의 가슴에 와 닿는 통합이 못 돼 아직도 서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야당다운 야당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도로 열린당이니 도로 민주당이니 하는 논쟁을 지양해야 한다."

- 민주당이 당의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 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앙금을 걷어내고 찌꺼기를 해소하기 위한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 앞으로 2년 동안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주를 견제하면서 국민들에게 정책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민생에 주력하면서 서민.중산층을 위한 세부적인 정책을 통해 다가섬으로써 신뢰를 축적해 대안 정당, 수권 정당으로써 조기에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방선거 전까지 당내 위상을 하루 빨리 정립해야 한다. "

-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야당다운 야당'을 제시했는데 각론은 무엇인가.

"정책에 대한 각론, 인물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뉴타운 문제나 FTA문제, 비정규직과 실업, 사회양극화 해소 등에 대해 정부 여당이 놓친 어두운 그늘을 지적하고 정책으로 대안을 설계하는 모습이 축적돼야 한다. 선거운동이 벼락치기 안 된다고 한 것처럼 야당다운 야당도 구호로서는 절대 안 된다. 정책으로 세부적인 접근을 해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피부에 와닿을 때 신뢰를 얻어 가면서 야당다운 야당의 신뢰도 축적될 것이다"

- 당 대표 선거에 도전할 계획인가.

"민주당은 대선 때의 후보의 득표력을 본다면 어느 한 곳도 건질 곳이 없었다. 그런데 총선 때 81석을 얻어 괜찮다고 자위를 하면 야당다운 야당을 구축하지 못하고 하나의 작은 지역당처럼 다른 지역당과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81석을 무난하고 적당하게 관리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2년 이내에 치러지는 각종 선거에 대비해 그 때 그 때마다 국민들 앞에 야당다운 야당으로 자리매김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보이고, 국민들에게 쉽게 야당다운 야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의 지도력 체제로 가야한다. 그것이 꼭 나라는 생각은 버리고 있다. 각자가 마음을 비워야지만 당내의 화학적 결합도 과제다. 나는 한 번도 스스로 나선 적은 없다. 자리에 대한 필요성이 먼저 제기됐을 때 헌신한 적은 있지만 꼭 나 이어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국 정당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계보 의식이 있다거나 유리한 계보에 따라서 연대하자는 식으로 함몰된다면 당의 결론이 민심이 바라는 결론과 동떨어지게 돼 있다. 우리는 선거에 지고 난 뒤에도 민심이 우리를 버린 것처럼 말하는데 우리가 민심에 다가가려는 노력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민심이 바라는 야당으로서의 존재감과 기대감을 수용하고, 부응하기 위해서는 당을 민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또 계파 의식도 버리고, 계파 의식에서 비롯된 연대감도 바람직하지 않다면 넘어서야 한다"

-민주당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상징성이 있는 인물로서 지도체제를 확립하고, 정책이나 인물, 노선 등 한나라당과 뚜렷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 구조 자체도 민심을 반영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당이 안전적 관리보다는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안전 관리형, 무난형 보다는 과감한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서두른 측면이 있고, 서두르다보니 점검이 덜 된 부분이 있다. 단순히 농업 기반이 취약해 농민들의 피해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FTA를 통해 큰 성과를 볼 수 있다고 장담한 것 가운데 하나인 서비스 산업에서는 경쟁력이 생기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 서비스 분야를 개방하면 금융산업의 경우 오히려 경쟁력이 취약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고 점검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 민주당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억압과 침묵을 강요하던 시대에 평화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집권 당시에도 평화 통일의 담론을 형성하고 민간 교류의 활성화와 평화 발전의 기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했다. 좋은 점을 이어가야 한다. 우리가 책임을 맡은 이 시점에서부터는 우리가 변화의 주체이고, 책임을 져야하지 지금 잘못된 일시적인 흐름에 따라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지난 세대를 탓하거나 차별화를 섣불리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 추 당선자도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세웠는데.

"뉴타운 공약을 한 것은 사실이다. 주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차원이었다. 뉴타운 추진위가 구성된 지역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정도로 주거 여건이 열악하거나 주거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 눈에 느껴졌다. 가급적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 중심형 뉴타운으로 협력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뉴타운은 느닷없는 공약이 아니라 이미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뉴타운으로 표현해 왔고, 하나의 원칙을 세워서 주민 중심형 뉴타운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지원하고 협력해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 18대 국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의정활동을 1/299로 하면 안 되고 없어서는 안 될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새로운 대안과 희망이 되겠다. 앞으로 국회에 들어가 경제 쪽의 상임위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하고 민생 해법을 제시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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