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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창업주 외손자, 비운동권 연합 '총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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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재벌가의 외손자가 대학 비운동권 총학생회 연합체의 의장이 됐다.

주인공은 한양대 총학생회장 이상현(27.경영학과 4학년)씨로, LG그룹 창업주 일가인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외손자다. 李씨는 21일 경남대에서 열린 '학생연대 21'의 2기 의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선출됐다. '학생연대 21'은 경남대.숙명여대.전남대 등 21개 대학 총학생회와 '외인시대'(한국외국어대) 등 20여개 대학 비운동권 단체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결성됐다.

李씨는 '학생복지 증진'을 앞세워 지난해 11월 한양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대학 안에 갇히지 않고 다른 대학들과 연계해 정보와 문화.복지사업 등을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李씨는 "기존 운동권 학생회의 정치성이 '위'에서 결정되는 것 같아 싫었다"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조직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탄핵 가결 후 시간이 날 때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한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연대 21 차원에서는 철저히 정치적 중립을 지킬 방침이다. 다만 학생들이 총선을 통해 탄핵 가결을 평가하도록 부재자 투표소 설치 등 선거 참여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李씨는 "운동권 문화가 학생들에게서 외면받아온 반면 비운동권은 상업문화를 학내로 들여왔다"며 "창조적인 대학문화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학 때 상하이 임시정부를 방문하고 현지 대학 학생회와 자매결연을 하는 것이 한가지 예다. 외국의 대학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아울러 우리를 알리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李씨는 "재벌가 외손자가 아닌, 재수해 대학 가고 병장으로 만기제대한 평범한 총학생회장으로 봐 달라"며 웃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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